모든 것은 실질이다. 이해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납득할 행위가 있다면. 교수님께서 서울에 오셨다며 연락을 주셨다. 오랜만의 만남에 생각할 것 없이 달려 나갔다. 불러놓고 무뚝뚝하니 날 대하시는 교수님께 전처럼 사랑스런 제자의 말씨랄지 조심스레 활기 띤 행동으로 처신하지 않았다. 나이 든 그 분의 고집스런 손이 허둥대다가 음식물을 놓치거나 엎질러 묻었을 때 반찬을 집어 밥 위에 올려드리고 단단히 손목을 잡아 붙들고 과감하게 닦아드렸다. 내가 끔찍히 사랑한 사람들에게 했듯. 그분께도 갔을 뻔한 깊은 애착은 무색히 돌아서버려 나에게ㅡ 어쩌면 그에게도 시린 늦가을로 남지 않았을까. 조용히 출장 안마사를 불렀다. 겉으로는 나 아직은 쓸만하다는 노익장의 기운을 풍기고 있지만, 사실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