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 며칠 동안 살인이니 자살이니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4월병이 도질 것 같다.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버지니아텍 총기사건이 떠올라서, 뭐지?하고 생각해보니 역시, 그날이었다.
작년 그날에는 별 생각없이 이장혁 노래를 듣고 있다가 '조'가 흘러나오길래, 어라? 하고 생각해보니 역시, 그날이었지.
그 사건은 내게 어떤 상처처럼 남아있는데, 왜인지는 아직 잘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있다.
4월의.
날씨가 좋다. 너무나.
목련이 눈물처럼 봉긋이 차오르고 떨어지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갈까 걱정이다.
아름답고 하얀 것들. 지나치게 빨리 지고 더러워지는, 4월의 꽃잎들을,
2.
사월병 사월병 하니, 이것도 덜 여문 정신의 문제인가, 그럼 결국 유사 중2병이련가 하는 생각도 좀 든다. 딴소리지만 서정주는 '아비는 종이었다'고 하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나의 어머니는 광인이었다'고 뼈아픈 고백의 장을 열었는데 나로서는 서두에 별로 임팩트있게 던질 말도 없으니 '나는 중2병이었다'라고나 쓸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고백록을 쓸 때쯤이 되면 저 용어는 이미 사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쓰지 않을 글의 첫 문장을 이런 식으로 고심해 본다. '나는...'. 흠. 역시, 별로 할 말이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