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힘들었을 때 소녀시대 키씽유 뮤비만 100번을 보길래 티비를 던져버리고 싶었는데 이제 약간 이해가 가려고 한다.
훗, 뻥이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님. 한 번만 더 그러면 슈쥬 쏘리쏘리 2배속으로 이백번 틀테다. 훜송의 끝장을 보여주지.
1.
루퍼트 그린트가 해리포터 시리즈 완결 이후 은퇴를 시사했다는 문제의 기사를 읽으면서, 의외로 '뭣이!?!?!?!?!?돌아와 이놈아!!!!'보단 '얘도 고민이 많구나. 흠, 진짜 생각보다 많이 커버렸네....'란 생각이 먼저 들어버렸다. 엠마 왓슨이야 연기에 재능도 없고 뜻도 없어보이는 데다 다른 데에 재능이 있는 아가씨니까 상큼하게 은퇴 의사를 밝혔을 때도 그냥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는데, 루퍼트의 경우는 아직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해리포터 삼총사 중 내 눈에 루퍼트 연기가 가장 낫긴 하지만 그거야 나머지 둘 사이에 낑겨 있는데다가 제 눈에 안경이라 그렇고;;; 3년 전쯤에 원톱을 맡은 드라이빙 레슨을 보면서는 확실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얘가 뭐 딱히 연기 천재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감이 없는 얘는 아닌 까닭에, 그 뒤로도 다른 영화에 계속 관심 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얜 어쨌든 할 생각이구나, 응원해 줘야지, 싶었는데....그건 이제 보니 앞으로의 커리어를 다지기 위한 초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기실험, 자기평가의 연장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고 그때도 만족할 수 없으면 포기하자, 이런 마인드의. 아아. 분명 어리고 미숙하지만, 충분히 훌륭하다. 3인방 중 가장 주목받지 않는 포지션이어서인지 뒤쳐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한편 자기 재능을 꽤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포지션 덕택에 사실 이 업계에서 뭔가를 더 해 나간다면 네가 셋 중 가장 과거에서 자유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을 텐데. 음. 네가 뭘 선택하든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근데...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로버트 패틴슨보단 니가 더 연기 잘 하는 거 같애.....아니 그러니까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2.
이글루스 밸리는 잘 안 보는데 요즘 갈 때마다 동모 아이돌 글이 떠 있다. 심심해서 몇 개 읽어보기도 했지만 심신이 피곤하니까 깊이 파지는 않기로 했다. 일본에서 싱글 발매일 하루만에 음반을 십만 장 가까이 팔아치운 이 마당에 팬들은 찬양보다도 루머 때문에 분열과 단결을 번복하며 뭔가 바쁘게 달려다니고 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난 진짜 소위 말하는 아이돌 덕은 못 되는 것 같다. 아니 내 기준으론 충분히 난 덕이라고 생각하는데...오늘 싱글 음원도 샀고(덤으로 규현이 것도....규현이 노래 잘한당ㅎ)...그런데 솔직히 해체니 멤버 불화니 뭐니 하는 루머가 돌고 개인팬들끼리 뜯고 싸우고 해도 별로 감정적인 기분이 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음이 안 좋겠지만, 중학교 때였던가, 신화 해체설 나왔을 때 내 앞에서 엉엉 울던 반 친구처럼 그렇게는 분위기 조성이 안 되는 인간이다.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집착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픽션의 캐릭터라면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돌은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도리어 나에게 멀게 느껴지는, 분명한 현실의 거리를 가지고 떨어져 있는 존재들이라 그렇게 온갖 사건사고에 감정 이입하고 오빠 외치고 그럴 마음의 여유까지 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이건 원체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람한테 올인을 못하는 내 성격 탓인 것 같기도 하고.....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기대한 끝에 딱히 좋은 꼴을 본 기억도 없어서. 울 오빠든 네 오빠든 인간은 그냥 인간이지. 조금씩은 다 약하고, 아름다운.
손 한번 잡아보기도 힘든 먼 사람을 사랑하고, 연구하고, 그 사람의 말 한 마디와 눈물 한 방울에 웃고 울고. 팬이란 참 슬프다. 반대로 뒤집어보면 그런 사랑에 의지해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도 참 슬픈 존재들인데.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일까. 뭐 둘 다겠지만. 내 사랑법은 좀 비열하지만 그나마 승자가 되는 법에 가깝지. 상처받지 않고 소비하는 것. 근데 이것도 사랑이야. 좀 그지같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