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자는 20퍼센트의 시청률로 수렴하는 요즈음, 한성 팬들은 '우리는 선택받은 5퍼센트'라고 생각하며 애써 자위하고 있습니;;; 시청률에 기여하고 싶어도 전 어차피 도움이 안 되는 몸;ㅁ;
...아귀처럼 이 복마전에서 살아남으려는 이유는 이 땅의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 한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나의 간절한 소망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단단하다. 때문에, 그 누구도 나를 죽일 수 없다. 신료들도 백성들도 나를 탓하기에 바쁘다. 나의 간절한 소망을 따랐다는 이유로 소중한 인재들이 죽어나가고 내가 꿈꾸던 새로운 조선은 저만치서 다가오질 않는다. 아무리 소름이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난 결코 저들을 이길 수 없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게 아니라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 지는 것이다. 나의 신념은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은 안타까운 희생을 키워가는데 포기하지 않는 나는, 과연 옳은 것이냐?
나영아, 너라면 어찌하겠느냐?
정조님!!!! 우어어어어억!!!(들끓는 빠심)
아 진짜 안내상씨 완전 정조의 현신;;; 특히 대사 치는 톤이 진짜 사람 말리네요ㅜㅜㅜㅜㅜ
작가도 이게 거의 데뷔작인데 대사 참 잘 써요. 특히 정조 대사들은 안내상씨 연기와 함께 맞물려 시너지효과 장난 아닌 게, 그럭저럭 해내는 게 기특하긴 해도 여전히 어설픈 감이 있는 신인 주인공 삼인방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어요. 아무튼 6화 예고편의 그 '나의 간절한 소망은/그 누구도 나를 죽일 수 없다'때부터 아주 무한반복시청을 하게 만들더니(뭐야 예고편 왜이렇게 잘만들어...미쳤어) 6화에서 대략 크리티컬 히트. 전 이제 빠확정입니다. 5화랑 6화 감상은 진짜 요약하자면 시작-정조님 하악하악-끗... 아아 안돼...내가 아무리 당당한 저질 블로거라도 그렇지 진지하게 시작한 감상문이었는데;ㅁ;
우려와는 달리 5화 초반의 상천이와 주필이형 결투씬은 간지나더군요. 그래, 너넨 단체전 말고 일기토로 가라.
그 와중에 혼자 칼춤; 추는 만오는 또 뭔지...근데 이뻐....전 알 거 같아요, 저 속 모를 부행수가 왜 행수 자리를 만오에게 선뜻 넘겼는지 알 거 같아. 만오는 계원들의 아이돌이었던 거야!
엄....암만 생각해도 진이한은 찌질한; 연기가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특히 서주필의 죽음을 눈앞에 둔 박상규의 오열은 말이죠, 너무 리얼해서 제가 같이 울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이렇게 막; 울 수 있는 배우 흔치 않아요.
화제의 정육점씬.
상천이에게서 번뇌가 느껴집니다. 오피셜 만오 파돌 상천이. 그래, 퀴어 코드 없는 사극이 무슨 맛이겠느냐.
이참판의 묘 앞에서 '힘을 주시오, 경과 함께 꿈꾸던 세상이...'이 대사 치면서 눈물 한 방울 떨구시는 정조님도 진짜. 타임슬립해서라도 힘을 드리고 싶어효....그러니 젭알 소녀에게 승은이라도...(굽실굽실)
개그(;)는 이쯤 하고요, 이제 이 드라마도 다음주면 종영이군요. 초반의 대책없는 기대감이 점차 적정치를 찾아 가면서 이 드라마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한성별곡-正]에서의 正은 정조의 正, 혹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의 正이라고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곽정환 감독은 매거진 T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중심이 결코 정조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사실 드라마는 그의 연출 의도에서 조금 삐딱선을 타고 있어요. 이 드라마에서 바로잡는 행위의 주체는 바로 정조이고, 正의 의미는 그래서 바로 정조 그 자체가 되어버리죠.
주인공 남녀 3인은 사실 굉장히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우선 박상규를 보죠. 그는 서얼이라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가던 파락호 시절에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고 희망을 준 이나영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나영을 잃습니다. 그 뒤 그는 여전히 출신의 족쇄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 채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명백한, 그 증거로 무려 아버지라는 호칭까지도 허락하는 '마님'에 대한 애정과 분노, 그리고 노비의 몸으로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그래도 마님 덕에 이렇게 살고 있다고 언제나 감사하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이나영을 만나지만 그녀는 너무도 예전과 달라져 있고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임금을 대상으로 뭔가 불미스런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는 情과 忠사이에서 고뇌하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선택지에서 情을 선택하죠. 양만오처럼 용의주도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어 볼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애초에 그럴 능력도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은 그저 눈물이 나오면 울고, 분노가 끓으면 소리지르며 그렇게 모든 것들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가도록 피하지 않고 내버려둡니다. 네, 박상규는 정말로,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는 기괴할 정도로 무기력한 주인공이예요.
이나영. 저는 이나영을 2화쯤까지는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상냥하고 똑똑한 이상주의자였지만 아버지는 역모죄로 몰려 죽고 자신과 어머니는 노비가 되어 끔찍한 노동과 빈곤, 성적인 폭행까지 경험한 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집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난데없는 구원의 손길을 받는데 그 손길은 연쇄살인과 국왕 시해의 실행자로 그녀를 인도하지요. 이나영이 가슴에 상처를 내기 위해 품은 은장도는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상처를 느낄 수조차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그녀의 마음과, 여전히 뜨거운 피를 흘리는 그녀의 몸이죠. 그런데 정조는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이상을, 자신의 한계를, 자신의 아픔을 보여줍니다. 이제 이나영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임금이 얼마나 슬프고 고독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얼마나 믿고 사랑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그녀를 변화시켰는지 저는 모릅니다. 이나영은 박상규를 죽이라는 명을 받고 정말로 그것을 실행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정인을 죽일 생각이었던 걸까요? 여전히 잘 모릅니다. 이나영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고통받은 사람이고 동시에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이 아가씨가 품은 고뇌의 깊이가 얼마나 잘 표현되고 있느냐에 관해서라면 전 별로 확신이 없군요. 그건 상당히 평면적인 김하은의 연기 탓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양만오 역시 헷갈리는 인물입니다. 양만오는 천민 출신이고, 그래서 가장 혁명적인 변혁을 꿈꾸죠. 이 정도의 설정이라면 저는 양만오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2화에서 이나영에게 '아씨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돈을 모았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헷갈립니다. 아니, 그의 야망은 고작 아씨를 구한다는 거였나? 과거 거친 야생 동물 같던 자신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던 아씨,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끔 만들어 주었던 아씨, 그는 그런 아씨가 소망하던 세상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쌓았다고 해야 더 말이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대단한 로맨스일텐데.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쉽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정도가 되면 이건 뭐랄까...가히 퐌타지급입니다. 어쩌면 그는 아씨가 원하는 세상이 곧 자신이 원하는 세상과 같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지도 모르죠. 아무튼지간에, 그에 관해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6화에서 이나영을 몰래 만나러 가 그녀에게 행복을 약속하고 설득하는 양만오입니다. 양만오는 말합니다. 모든 것을 손에 넣어도 아씨를 얻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아니, 점점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역시 초반에 장난으로 붙여준 갯츠비라는 별명이 장난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리고 나오는 길에 궐 문 앞에 이르러서 그는 두 팔을 벌리고 크게 웃습니다. 한 편으로는 만족스런 듯하고, 한 편으로는 자조적인 듯한 그의 웃음. 그건 평생 아씨의 마음 속에서 박상규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결국 아씨를 얻는 것은 자신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만오의 애정은 점차 집착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그의 야망은 무엇인지 모를 정체 불명의 것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와, 써놓고 보니 무지 길군요. 이 세 캐릭터에 얼마나 많은 설정을 부어놓았는지 보이십니까;; 그리고 8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길이와 아직은 물 오르지 않은 신인들의 연기, 당대의 복잡한 정치적 시류를 무시하지 않고 우겨 넣으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고려하면 절대 이 세 사람은 정조보다 강렬하게 보일 수 없어요. 왜냐하면 정조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사실 간단하고, 그래서 선명하거든요. 이상주의자. 실패한 이상주의자.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는, 그러나 결코 스러질 수도 없는 불운한 왕. 왕으로 태어났지만 왕으로 살아가지 못한 왕. 주인공들의 신념들과 욕망들이 어지러운 고리를 그리는 가운데 이 사람만이 초지일관 꿋꿋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정조의 포스가 최강인 건 꼭 배우의 힘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죠. 이 드라마가 차라리 [다모]처럼 최루성 삼각관계 로맨스에만 집중했다면 좀 더 일관성 있고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작품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제작진은 그 이상을 보이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그 결과는 솔직히 말해 조금 산만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성별곡은 괜찮은 드라마이고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연합뉴스 이천희 인터뷰에 같이 나왔던 사진.
역시 만오는 아이돌....이죠?
아 왠지 요즘 한성 감상만 쓰고 있군요...다른 것도 쓰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서.
어제는 헤어스프레이를 봤는데 재밌더군요! 뮤지컬 영화가 아주 제대로예요.
그치만 당분간 뿜지 않고 존 트라볼타의 얼굴을 바라보는 건 불가능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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