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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간단히 요약해보는 이쁜 놈 무심한 놈 존재감 없는 놈 내용(스포, 여성향 주의)

이 영화의 서사에 대한 불만을 많이 봐서 그냥 하는 말인데 전 사실 김지운은 이명세랑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요약이 한줄;로 가능하냐 세줄;로 가능하냐, 강동원한테 집착하느냐 이병헌에게 집착하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집착하는 건 이미지예요. 영화 전체의 얼개보다도 한 시퀀스의 멋스러움이, 한 시퀀스의 멋스러움보다는 한 씬의 아름다움이, 씬의 아름다움보다는 한 순간의 이미지가 이 사람들에겐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김지운 영화 보러 가면서 훌륭한 스토리 같은 걸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고요(.....) 달콤한 인생은 뭐 별거 있었나요.

네. 놈놈놈 역시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눈보신하는 것만으로도 뽕맞는 듯한 기분이 되는 인간을 위한 영화입니다. 역시 세상 간지 중 돈으로 ㅊ바른 간지가 최고입니다(흐뭇).

보물 지도가 있고 세 남자가 있습니다. 옵션으로 일본군팀, 독립군팀, 만주마적떼팀+알파가 있긴 한데 세 남자가 이들을 각각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이 집단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에 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개그 전담 이외의 존재 이유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독립군은 개그도 안 하는 주제에 마지막 물량공세 파트에서 다들 급작스레 튀어나와 지축을 흔들며 말을 달리는 와중에도 고고하게 뭘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서사의 흔들림은 주로 이 집단들의 욕망과 세 남자들의 욕망이 전혀 유기적인 관련을 갖지 않고 따로 논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가장 돈을 ㅊ바른 티가 나는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추격씬은 이런 부실한 연관관계와 쌓아놓은 것 없는 복선 때문에 되려 가장 재미없는 액션씬이 되어버립니다. 하다못해 타이틀에 이름 박아놓은 세 남자들만이라도 좀 싸울 이유가 비등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박도원은 그냥 윤태구와 박창이의 갈등에 어쩌다 휘말린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마땅히 '좋은 놈'이 가장 웨스턴st. 히어로로 까칠한 외면 아래에 나름대로의 타오르는 정의를 품고(요즘 세상엔 이런 걸 츤데레라고 부르죠) 고독하게 만주 벌판을 달려다녀야 하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게 좋은 놈입니다. 알 수 없다기보다 알릴 기회가 마땅히 없었다고 해야겠죠^_T 꿈이 뭔지도 차마 말하지 못한 도원이...

그러나 박도원의 가치는 그 캐릭터의 깊이 따위에 있지 않습니다. 누가 그런 걸 신경써? 도원이의 미학은 그저, 기럭지입니다. 간지입니다. 얘가 제일 말 많이 탑니다. 심지어 말 타는 장면은 꼭 옆에서 풀숏으로 찍어줍니다. 이병헌 송강호는 이런 샷 없습니다(...) 아니 송강호는 애초에 말을 타지도 않습니다. 사이드카만 타죠. 그러나 정우성횽은 언제나 챙넓은 모자에 깃 넓은 롱코트를 휘날리며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의 여부조차 매우 의심스러운 존나새끈한 롱부츠를 신고 말 달리며 윈체스터총을 장전하십니다 오오....이런 의미여쿠나. 좋다! 넌 좋은 놈이야!

나쁜 놈 박창이의 비주얼은 어떤 의미에서 박도원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병헌의 비율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전 이병헌 실제로 본 사람들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듣는 첫 마디가 '머리 엄청 커!'입니다. 님들아 쩜....그러나 김지운의 훼이보릿인 이병헌은 이미 전작에서도 부실한 기럭지의 한계를 넘어 하얀 셔츠+딱붙은 검정수트+간지앞머리의 힘으로 뷰티풀 가이로 거듭난 바 있습니다. 기본 포맷은 놈놈놈에서도 비슷합니다만, 여기서는 시대물의 탈을 쓰고 더 나갑니다. 과장된 앞머리와 그 모래바람 속에서도 언제나 빳빳하게 빛나는 셔츠, 검은 베스트와 쟈켓, 검은 장갑과 구두, 슴옥희 화장(....), 신발의 은색 체인과 게이한 은색 링귀걸이. 굳이 요약하자면 메탈&블랙. 위험하고 나쁜 남자의 섹시한 아름다움. OMG(죄송합니다 뵨사마가 외쿡여자들에게 초인기라기에 그만...). 가히 만주제일미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박창이는 이런 꼴;로 윤태구를 지구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가 '윤태구'란 단어만 입에 올리면 질투에 미쳐서 쏴서 죽이고 찔러 죽이고(.....) 중간에 누가 최고인지 두고 보라는 둥, 전설이 되는 건 나라는 둥의 독백을 하거나, 마지막 배틀에서 모든 부하들이 죽은 허무를 달래기 위해 너네랑 게임을 해야 하겠다는 둥 같잖은 소리를 지껄일 때는 '아니 이건 또 웬 어둠에다크여....'이러면서 ㅊ웃었지만 그런 중2병적인 모습까지 너무도 사랑스러운 얀데레인 것이죠. 앨 이렇게 입힌 것도 모자라 중간에 잠깐 벗기고 빨간 비단 이불 둘러놓은 건 다 감독 너의 욕망이지요???? 참 잘했어요^ㅁ^

이상한 놈 윤태구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송강호입니다. 사실은 윤태구도 박도원만큼이나 명확한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입니다. 박도원은 말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지만, 윤태구는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전 그냥 이 사람의 꿈이 진실이기를 바랍니다....만 마지막에 윤태구의 뒤를 쫓는 박도원의 모습은 또 근시일 내에 다가올 또 다른 싸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놈놈놈의 '만주'라는 공간은 무국적적입니다. 실제로도 좀 그런 공간이긴 하지만, 김지운 영화의 공간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가장 만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인 마적떼들 역시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고 희한한 코스프레를 하고 있죠.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사막만큼이나 사막에 가끔 별처럼 박혀 있는 마을이나 민가는 위험하고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음...전 이 영화에서 딱히 만주를 한반도의 일부로, 혹은 한반도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고자 하는 공기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질서가 없는 공간.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무르는 공간. 윤태구의 꿈처럼, 가능한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언제고 떠나 고향으로 회귀하고 싶게끔 만드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갖은 도구를 갖추고 만주는 우리 땅이라는 걸 윤태구에게 역설하던 아편장수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인물인 데다 가장 처절한(;) 말로를 맞기도 하죠.

마지막 블록버스터 액션은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지만 거리에서 부딪치는 세 남자의 액션들은 재치있게 잘 짜여져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생존력이 너무 먼치킨 수준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현실적인 액션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주인공 셋만 날뛰는 영화이긴 해도 윤제문과 류승수는 좋았습니다. 만길이가 죽어버려서 슬펐던 나....영화 끝나고 이승환의 슈퍼히어로가 흘러나와서 더 슬펐던 나;ㅁ;

근데 칸 버전과 비교해서 박창이의 나레이션과 엄지원 나오는 독립군 부분이 추가되었다고....
그거 추가 왜했어...

전 영화의 흥행 성적을 잘 맞추는 편인데 놈놈놈은 본전은 가볍게 뽑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재밌거든요:) 헐리웃으로 치자면 아이언맨을 보는 기분으로 다들 보러 가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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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럽게 재미없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지만 중딩 때 샤말란에 낚인 원죄가 뭐라고 또 꾸역꾸역 보러 갔다왔습니다. 뭐 영화 욕 먹는 게 이제 새삼스런 일도 아니구....별로 변호해 줄 생각도 안 듬... 그래도 레이디 인 더 워터보다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샤말란이 적게 나와서인가?-_- 아무튼 전체적으로 결코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영화인 탓에 남한테 추천은 못하겠고, 샤말란의 전작들과의 관계 속에 위치시켜 놓아야 좀 말할 게 나오는 영화 같습니다.

[해프닝]의 내용 자체는 기존의 샤말란 풍 가족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분열되어 있던 한 미국 중산층 가족은 그 불가사의와 대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화합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샤말란의 가족들은 일상 속에서는 깨어져 있다가 비일상 속에서 대화하기 시작하죠. 샤말란에 대해 항상 경이롭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는 인도 인임에도 자기가 속해 본 적도, 믿어 본 적도 없는 미국적 공동체와 가치에 대한 회의와 그에 대한 대안을 가장 예리하게 제시해 주는 감독 중 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해프닝]이 별로 재미없는 해프닝으로 끝난 것은 이런 샤말란 영화의 미덕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탓이 가장 큽니다.

그렇지만 공식은 어쨌든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샤말란이 뭔 생각으로 이런 주인공들을 얼기설기 엮어서 영화를 진행해 가고 있는지 납득은 갑니다. 샤말란 영화 사상 가장 재미없는 주인공;이 되겠습니다만, 아무튼 마크 월버그의 엘리엇은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을 신뢰하는 과학 교사입니다. 엘리엇의 아내 알마와, 앨리엇의 친구인 줄리언의 딸이자 이내 엘리엇과 알마의 딸로 편입되는 제스는 둘 다 자신의 두려움을 '속삭임'으로밖에 표출하지 못하는 미숙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졌죠. 알마와 엘리엇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은 것도 이 두 사람의 성향 차이-언제나 확신을 가져야 하는 사람인 엘리엇과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인 알마-에서 기인한 면이 클 테구요. 엘리엇과 알마, 제스를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들은 관객들이 감정적인 유대를 느낄 틈도 없니 재빨리 사라집니다. 또다시 [싸인]에서처럼 가족 하나 분량;만이 남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입니다.

주인공들에게 닥쳐 온 부조리한 재난에 이성으로서 대응하려는 엘리엇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습니다. 별로 강조가 안 되어서 참으로 안타깝지만 엘리엇과 이 '해프닝'의 관계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재난영화라는 서브 카테고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해프닝]은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후의 재난영화의 경향을 따라갑니다. 이유 없이 닥치고, 이유 없이 소멸되며,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함-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따라서, 다시 닥치지 않을 이유 역시 알 수 없기 때문에-을 남기는 무자비한 재난이 등장하지요. 이 공포의 원인을 불명확하게나마 친절히 해석해주고 그 이후의 상황까지도 제시해 주는 [해프닝]의 메시지는 매우 노골적입니다. 아무튼지간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밝혀지는 진실은 엘리엇은 무력한 가장일 뿐 아니라 수많은 무력한 인류 중 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이것을 인정하고 패배를 선언했을 때 그는 비로소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그 전까지는 같은 공간에서도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했던 알마와 먼 곳에서 파이프 하나를 의지해 마음을 전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솔직히 말해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명백한 해피 엔딩 같네요. 결말에 대한 쓴소리가 많지만 전 이처럼 결말이 결말같이; 빠진 샤말란 영화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_- 문제는 결말이 아니라, 샤말란의 장기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내재된 절박함이 생생하게 묘사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위에서 되는 대로 써 보긴 했지만 이거야 제 해석이고....영화를 보면 너무 싱거워서 전체적으로 썰렁하다는 느낌뿐입니다. 주이 드샤넬은 이쁘고....(뭥미?)

샤말란이 관객을 놀래키는 방식은 웃기게도 '보이는 유령'에서 '보이지 않는 인류 살상무기';로 점점 더 은근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프닝]은 가장 절약적으로 찍은 재난영화 축에 들 겁니다. 이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존재는 풀과 나무를 흔드는 바람으로밖에 보여지지 않지만, 그 서정적인 화면이 불러일으키는 공포 분위기는 기대 이상입니다. 사람들도 아주 심플하게 죽어나갑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자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그냥 선풍기나 틀고 자는 게 가장 낫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스릴러 분위기를 노린 장면들은 오히려 불필요하게 덧붙여졌다는 감이 있습니다. 무섭기는 무서웠지만 음.....갑자기 장르가 바뀐 것 같달까!?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의 앙상블은 여전히 훌륭합니다>_<

이게 샤말란 최초의 R등급 영화였군요. 고어하다는 평도 간간히 있는데 난 왜 전혀 느끼지 못한 거실까. [플래닛 테러]볼 때도 별 생각 없었던 걸 보면 저도 점점 피 보는 데 무덤덤;해지나 봅니다.

덧>이 영화에 샤말란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조이'역을 맡았군요. 근데 대체 무슨 연기를 했다는 거야....문자를 직접 쳐서 보냈나효?

덧2>이러니 저러니 해도 최근 본 영화 중 하나인 [인크레더블 헐크]랑 비교하라면 전 [해프닝]의 손을 들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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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교훈은

엄마 말을 좀 잘 듣자

이고,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비주얼 포인트는

헤이든

되시겠다(알바? 그게 뭥미. 시급 얼마 줌?). 뻥 안 까고 첫 장면에 헤이든이 수술대에 누워있는데 너무 미녀라 '아니 왜 키이라가 저기...'이래따. 아 얘네 역시 닮았-_-....그 뒤로도 물 속에서, 할로윈 파티에서, 회사에서, 다양한 코스튬을 자랑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헤이든이어라.

수술 중 각성이라는 소재는 특히 한국에서 작년 [리턴]에서도 쓰였기 때문에 언뜻 식상해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이 소재는 그 상황 자체의 잔혹성을 강조하여 관객에게 쇼킹함을 선사하기보다는 그저 단순히 이야기 전체의 반전을 드러내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가슴을 절개하는 데에 따른 고통은 사실 별로 주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울 이든이가 슬픈 연기력으로 좀 fuck fuck거리다 만다;;; 중요한 일들은 그 다음, 의식이 깨어있는 클레이가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한 시간 반도 안 되는 이 짤막한 영화 안에서 거듭되는 반전은 사실 그렇게 새롭고 짜릿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조금 진부하거나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이 반전들은 복잡한 논리과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너무 형편 좋게 그 진실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시간이 '주인공이 수술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와중, 클레이의 의식이 과거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수술 전에 등장했던 클레이와 샘, 릴리스가 등장하는 씬들이 다시 변형되어 재활용된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콤팩트하고 절약적이다. 첫 장면의 잭의 나레이션부터 헤이든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간결한 엔딩까지, 이 원대한 목표 없는 군더더기없는 영화에는 결코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가질 수 없는 일종의 티비 드라마적인 산뜻함과 담백함이 있다. 이 영화는 쓸데없는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건조하게 등장인물들의 삶을 비추는 것도 아닌, 적당한 방관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열고 닫는다. 샘과 클레이의 경우에는 적당한 연기와 빛나는 외모를 과시할 뿐 별로 훌륭한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지만(난 알았다. 헤이든과 알바는 결코 사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둘은 너무도 완벽한 빙구커플이 될 것이다-_-), 잭의 미묘한 태도와 릴리스의 아들에 대한 집착은 이 단순한 이야기 이면에서 진지한 떡밥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레나 올린의 이마에 올올이 솟은 신경질적인 실핏줄에서, '어려서 낳아서, 우린 거의 같이 자란 거나 다름없어'같은 대사들에게서 감지되는 어딘가 근친상간적인 불온한 애정에서(여기서 헉 이건....가뜩이나 농도짙은 모자덮밥에 대세인 남매덮밥의 풍미까지 가미하려는 작가의 야망!?이라고 생각하면 막장인가여), 관객은 초반에는 이 파멸적인 애정이 곧 터뜨릴 것만 같은 갈등에 집중하다가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하게 이 애정의 거대한 성취를 목도하며 릴리스에게 음험한 마녀이자 신성한 여신인 그 릴리스Lilith의 이미지를 덧씌우게 된다.


덧>.....별로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의 사랑의 작대기는

샘->잭->클레이->샘(아 이 물고 물리는 애정ㅋㅋㅋㅋㅋㅋ)
이와 별도로 신성불가침인 릴리스x클레이

이렇게 이중나선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다. 낄낄낄.

덧2>농담 아니고 헤이든이 알바보다 이쁨.
아들이 저렇게 예쁘면 나라도 좀 많이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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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주연: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
엘 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


어...이 영화, 정확하게는 이 영화가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와 함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미국에 개봉할 즈음 티비 예고편을 보고 한 마리의 아스트랄로피테쿠스-_-가 된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군요. 특히 아름다웠던 장면이 뭐냐면 우리의 사랑스런 체리 달링♪이 군시설 옥상에서 다리총을 쏘며 공중을 날아가는 그, 그거.... 보고 싶었지만 동네에서 꽤 빨리 내려버려서 같이 보러가자던 친구(저에게 [뜨거운 녀석들]을 보여 줬던 훌륭한 친구님)와 함께 땅을 치고 후회했죠. 미국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죠. 그래서 한국 가서 봐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거의 반년만에 꿈☆을 이루었습니다-ㅁ-

사실 시사회를 다녀 와서 감상문을 쓰기로 되어 있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아니 이걸 보고 뭘 쓰라구;;;'같은 기분이 되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이미 주변에 몇 번이고 한 말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진지하게 분석을 한다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한 줄짜리 감상문을 써야 했다면 'F**king Funny!!!!'라고 썼을 겁니다. 레이가 사랑해 마지않던 체리의 섹시한 f용어를 떠올리면서 말이죵:D

감독이 의도적으로 B급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엔 로드리게즈 감독은 예전부터 너무 훌륭한 B급 센스를 자랑해 왔지요. 크크크. 초반의 가짜 예고편에서 선보이는 캐간지 총격전부터가 이미 엘 마리아치 시리즈에서 점차 진화했던-_-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초능력;(이미 인간의 능력이 아니므로....이것은 히어로물이었따!! 신시티가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업그레이드 해놓은 것 같더군요;;; 더러워진 필름 효과와 중간의 '필름 소실'은 단순히 과거의 후진 동시상영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더티;하고 칙칙한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두 남녀주인공의 불타오르는 사랑을 좀 더 화끈하고 감칠맛나게 표현하는 등 작품 내적으로도 의미 있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동시상영관에서 끼워팔기로 상영하기엔 인간적으로 너무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B급 정서의 산물이지만 B급은 아닙니다. 별로 B급이란 단어를 비하하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누가 봐도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이말입니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좀비 영화이고, 다른 좀비 영화들의 플롯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좀비들을 피해 계속 도망다니다가 죽을 위기도 몇 번 넘기고 동료를 잃는 아픔도 겪고 뭐 그런 거지요.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좀비 영화 같지가 않아!!?!?!? 라고 저만 느끼는 거 아니죠?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좀비 영화의 주인공이 관객들의 손쉬운 이입을 위해 민간인스런 캐릭터로 설정되는 데 반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적으로 너무 비범하다 못해 괴짜스럽기까지 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로 극대화된 좀비영화의 클리셰들과 훌륭한 유머 센스가 자꾸 관객들의 정신줄을 놓게 할락 말락 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뭘 해도 끝까지 갑니다. 사랑도 세상 끝까지 가는데요 뭐. 그래서 잔인함의 강도는 꽤 높습니다만, 상황이 다 너무 개그스러워서 체감 강도는 그렇게 쎄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콜렉팅;된 *알들이든, 녹아 내리는 **든,(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이 부분에서는 역시나 타란티노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 주셨....), 뇌가 뜯어먹힌 머리통이든, 이 영화의 모든 잔인한 장면들은 너무 오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혀 무섭거나 트라우마틱하지 않습니다. 여기 나오는 피와 고름 다 합쳐 봤자 전 [데어 윌 비 블러드]오프닝에 나오는 미친 음악+캘리포니아 민둥산의 조합이 백만배 더 무섭습니다;ㅁ;

이렇게 마구잡이로 덜컹덜컹 굴러가는 듯 보이는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조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꽉 차 있습니다:) 전직 고고 댄서인 체리 달링은 다리가 한 쪽 날라간 지경에 이르러도 웬만한 남자보다도 거침없고 터프해서 그 다리에 총을 달고 나자 거의 지구 최강;이 되는 아가씨이고, 엘 레이는 전형적인 멜로 남자주인공의 닭살과 함께 주윤발급 간지를 동시에 탑재한 캐사기 청년입니다(이 둘의 로맨스는 가히 타이타닉의 그것을 가볍게 상회하는 데가 있습니다; 눼, 살아 남은 여자는 3배 강한 법이죠). 제이티와 보안관은 언뜻 보기에 세상사에 닳고 닳은 시니컬한 중년 남자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애달픈 형재애와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에 나오는 노인이 한 수 접고 들어갈 만한 장인 정신+직업정신이 있습니다(뭐...뭥미?;;). 어딘가 타란티노적인 비주얼과 설정을 소유한 다코타는 사이코같은 남편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고 하는 정열적인 레즈비언입니다(아 그니까 암만 봐도 체리에 대한 이 사람의 애정은....사랑;;;;).

마지막까지 뿜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희망이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석양을 향해 뛰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이 괴작....그러나 개그는 뿜기고 로맨스는 제 취향이니 어쩌겠어요. 걍 좋아해야지;;;

마지막으로, 배우의 발견 프레디 로드리게즈. 식스 핏 언더에서는 귀여웠고, 어글리 베티에서도 귀여웠던 것 같고(몇 화 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연으로 잠시 나온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는 별로 안 귀여웠지만, 여기서는 새롭게도, 섹시합니다. 단신의 라티노에게서 흘러넘치는 페로몬을 맛보시라능... 미니 바이크를 타는 모습도 초큐트>_<

결론은 재미있다는 것. 살이 변형되고 녹아내리고 피가 튀는 것 정도를 견딜 수 있다면 팝콘과 함께 ㅊ웃으면서 보면 유쾌한 경험이 될 겁니다. 참, 시사회 가니까 팝콘+콜라를 무료로 주더군요. 영화의 컨셉에 부합하는 센스 좋은 준비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에 회고전 가서 본 것들입니다. 4개밖에 안 되지만. 따로따로 쓸 내공도 없고 해서 그냥 한큐에. 순서는 제가 본 순서.

언덕 위의 집(1960)
고백하겠는데 이거 보기 전까지 전 빈센트 미넬리가 뮤지컬 영화만 만들었는 줄 알았습니다;;; 스티븐슨의 시에서 따온 제목을 가진 [언덕 위의 집]은 장장 150분의 러닝타임 속에 펼쳐지는 한 집안의 몰락과 재생의 이야기입니다(여담이지만 전 150분을 '반지의 제왕 급 러닝타임'이라고 부르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웨이드도 테론도 아닌 레이프입니다:) 레이프는 그 출생부터 허니컷 집안의 긴 반목의 역사에 단초를 제공했고 순진한 아들 테론은 레이프의 존재와 자기 부모의 기만을 깨달은 뒤 집을 나가지요. 레이프를 포함한 허니컷 가의 남자들은 모두 사냥꾼인데, 온실 속 존재인 테론이 가족의 잔혹한 진실을 마주대하는 것 역시 멧돼지를 잡는 사냥꾼의 통과의례를 거친 뒤입니다. 사냥꾼과 사냥꾼의 집이라는 상징은 영화의 제목과 매우 깊은 관계를 가지는데 제목이 따온 싯구가 '사냥꾼은 언덕 위의 집으로부터 내려온다'이기 때문이예요. 적법한 집을 이미 손에 넣고 있던 사냥꾼들인 웨이드와 테론은 결국 완성된 존재로서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손에 피를 묻히는 반면 사생아의 운명을 지고 태어나 평생 웨이드에게 아들 소리 한 번 못 들었던 레이프는 길고 긴 고독한 사냥의 나날 끝에 마지막에 아내와 아이와 어머니-사냥꾼의 집-를 가집니다. 동생의 아들, 자신에게 모질었던 아버지의 아내를 기꺼이 자신의 가족 속에 편입시키죠. 여하튼 삐뚤게 키워도 바르게 자라는 훈훈한 사내애란 언제나 제 이상형이예요. 비바 레이프!

....근데 웨이드 묘에 세워진 그 시뻘건 비석은 좀 악취미인 거 같지 않아요? 죽어서도 부끄럽게 만드는 허니컷 부인의 복수인가.

파리의 미국인(1951)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영화. 제리-아담-헨리 3인조가 영화를 여는 사랑스러운 By Strauss부터 시작해서 제리의 탈을 쓴 진 켈리의 I Got Rhythm이나 Tra-la-la 등 예술가의 유머 감각과 로맨스로 채워진 귀여운 넘버들이 가득합니다. 아담이 난데없이 상상 속의 오케스트라를 꿈꾸는 장면 역시 길이가 상당히 긴데도 불구하고 마냥 웃음이 터질 만큼 귀엽죠. 화면 속 실제 피아니스트의 존재와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소박하고 경쾌한 무대는 파리의 좁아터진 하숙집에서 살아가는, 그래도 1층에는 까페와 피아노가 있고 앞 골목길 어귀에는 꽃집도 있는 그런 완벽한 장소에서 사랑과 예술을 꿈꾸는 예술가들의 로망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줍니다. 마지막 20분의 댄스신 역시 기본적으로 영화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구현한 미학적인 무대와 우아한 발레 안무는 영화의 처음과 끝, 아니 그 이전과 그 이후까지도 포괄하는 말 그대로 한 편의 클래식 발레와 같거든요. 프랑스로 무작정 와서 유명한 예술가들의 그림 속에서 헤매던 제리가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마침내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요. '화가'인 제리의 정체성은 이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고 연인(그것도 장소는 프랑스!)인 제리의 희노애락이 점차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합니다. 결국 예술보단 사랑, 이라는 이 어딘지 대책없이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는 [미녀와 악당]에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예술과 사랑의 관계, 혹은 [밴드 왜건]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성취되는 예술과 사랑이라는 뮤지컬적인 클리셰보다도 더 공상적이고 유럽적(?)인 것 같기도.

며칠 전 뉴욕 필 북한 공연에서 연주된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밴드  왜건(1953)
[파리의 미국인]이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영화였다면 [밴드 왜건]은 형식주의적 뮤지컬 영화라는 틀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짤없는 미국 영화이고 바로 그래서 더 훌륭해요. 언뜻 통렬한 자아비판인 척 하면서 최고의 자기긍정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한 물 간 뮤지컬 배우 토니 헌터와 마튼 부부는 훌륭한 엔터테이너이고 이들을 데리고 요상한 예술을 하려는 제프리는 미국적 문화의 진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노브입니다. 당연하지만 그 같잖게 예술가연한 작품은 죽을 쑤고 토니는 '난 춤추고 노래하는 토니 헌터야!'라고 새삼 깨달으며 자신들이 잘하는 것-별 내용은 없지만 보기에 유쾌하고 즐거운 그런 뮤지컬 무대를 다시 만들어서 재기합니다. 마지막에 배우와 스텝들은 모두 모여서 초반부의 곡인 'That's Entertainment'를 다시 부르는데 이제 거기에는 '멕베드처럼 진지한 척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엔터테인먼트'를 생산하는 자신들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 있습니다. 유쾌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이 영화의 뮤지컬 장면들 역시 훌륭합니다.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시대에 뜬금없이 튀어나오곤 하는, 전체적인 내용과는 전혀 관계 없는 장면들 역시 그 자체로도 무척 완성도가 높아요. 'The Girl Hunt'에서 재현된 하드보일드 탐정 이야기는 그 정점에 서 있죠(뮤지컬로 하드보일드라니, 이런 조합이 가능하니까 미쿡인 거야...). 그렇지만 다른 떠들썩한 넘버들과 다른 Dancing in the Dark에서의 조용한 프레드 아스테어+시드 채리스의 이인무도 빼 놓을 수 없지요.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 하는 머뭇거림으로부터 시작해서 고요하게 사랑에 빠지는 듯한 아름다움이 충만한 장면입니다. 잠깐 유튜브 호출.



마음껏 낄낄대며 음악과 춤을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영화예요>_<
Woman is bad, woman is dangerous, but this woman....is my kind of woman. 꺄. 프레드 오빠 머시써.

엄....있잖아요, 아트시네마 목록 보니까 이 영화 주연을 프레드 아스테어, 시드 채리스, 에바 가드너(;)라고 해 놨는데 그렇게 다 써놓으면 너무 재미 없잖아요. 흙. 애초에 주연도 아니고-_-

미녀와 악당(1952)
이 영화를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과 비교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 [시민 케인]과 달리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지함의 기조를 깔고 있긴 합니다만 그건 아무래도 훼이크고, 결말의 그 어쩔 수 없는 유쾌함까지 합쳐서(님 이걸 어떻게 시민 케인의 결말하고 비교해;;;) 정말 엔터테인먼트용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영화는 이제는 몰락한 악명 높던 영화인의 삶을, 현재 시점에서의 세 사람의 증인을 통해 총 3부분으로 나누어 돌아보게 됩니다. 전 아무래도 이 영화 제목의 The Bad와 The Beautiful이 둘 다 조나단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조나단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가끔 몹쓸 짓을 저질러 사람을 상처입히긴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재능이 있으며 나름대로 예술가로서의 자존심도 있고, 기본적으로 작정하고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상처입히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그 무엇보다도 영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할 뿐이죠. 영화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정작 한 영화를 끝마칠 때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고독을 느낀다는 조나단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악당이지만, 이 정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예술인을 두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도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래서 조지아도, 해리도, 제임스도, 그렇게 잊을 수 없는 배신을 겪고서도 다시 그의 새로운 계획에 어쩔 수 없이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일 테구요.

결정적으로 저 '미녀'를 저렇게 여성형으로 생각하면 그게 조지아가 되어야 하는데 전 조지아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역할을 맏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서요;; 조나단을 뺀 주인공이라면 아무래도 빈털터리에서 함께 시작해 기반을 일군 해리...가 되겠죠. 조나단, 조지아, 헨리, 제임스의 모델이 셀즈닉, 다이애나 배리모어, 히치콕, 포크너라고 하더군요. 그럼 당연히 히치콕이 준주인공..인 게 아니라, 조나단-셀즈닉이나 조지아-배리모어는 좀 어울리는 것 같은데(그냥 뭔가 배리모어 집안에 대한 내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짐;;) 포크너와 히치콕은 잘 감이 안 옵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번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역시 이것과 [밴드 왜건]. 둘 다 언젠가 또 보고 싶네요.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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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 라이트

주연
시얼샤 로난: 브리오니 탈리스(13세)
로몰라 가라이: 브리오니 탈리스 (18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늙은 브리오니 탈리스
제임스 맥어보이:로비 터너
키이라 나이틀리:세실리아 탈리스

원작 팬은 아니지만 원작을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원작에 대한 감상에 어떤 형식으로든 구애받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각색 자체는 잘 된 편입니다. 이 소설의 핵심이자 가장 드라마가 풍부한 1부에 가장 긴 시간이 할애되어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할 수 있을 2부와 3부의 이야기는 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인상적인 에필로그는 매체의 특성 상 티비 인터뷰 형식으로 변형되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활자로서의 에필로그가 가지고 있었던 미덕의 70퍼센트 정도가 잘려 나갔습니다; 감독도 뭔가 더 감동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던지 바닷가에서 뛰노는 청춘남녀들을 삽입해 주셨더군요:) 초반부터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몇 가지 흥미로운 생각들-[속죄]는 속죄자에 대한 이언 매큐언의 책 제목이지, 브리오니 탈리스의 책 제목은 아니라는 것, 브리오니의 소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언제 발표될 수 있을지 가약이 없다는 것 등-이 매우 명료해지면서 독자와 작가와 또 다른 작가 사이에 존재하던 미지의 공간-혹은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감독은 영화 속에 다른 영화 스크린이 대문짝만하게 등장하는 재미있는 장면을 몇 개 등장시켰더군요.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미지수....뭐 독자-작가-작가의 연결고리가 관객-감독-작가로 혁신적인 환골탈태를 거쳤으니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전작인 오만과 편견 때도 느낀 거지만 전 조 라이트 영화의 장면들이 무척 아름답고 개개의 씬으로 보면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 조각들의 전체적인 그림이 되게 맘에 안 듭니다. 그러니까 문제는...편집? 불친절하고 뚝뚝 끊기는데 그게 여운이 남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좀 답답해요. 네, 전 조 라이트가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는 대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뭐 제가 원작 작가라면 좋아했겠지만, 관객으로서의 전 별로예요. 활자의 호흡과 영상의 호흡은 다르죠. 관객에게 독자만큼의 인내심을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니 영화는 소설에서 사용된 느릿한 장면들의 열거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단 스토리텔링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브리오니가 연못의 두 사람을 훔쳐보는 장면,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밀회를 발견하는 장면은 로비-세실리아 조의 이야기와 나란히 전개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적당히 교차 편집이나 컷백을 쓰시던지 뭐 그러면서...지금 이건 CSI도 아니고;; 2부와 3부에서 갑둑튀;하는 회상씬도 매끈하게 이어지는 맛 없이 턱턱 떨어져나가서 맘에 안 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2부 롱테이크 이후의 연출도 약간 심란했는데 이게 아마 원작에서라면 돼지를 잡아야;하는 부분이죠? 뭐 그 쪽도 좀 요상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갑자기 생의 현실에서 죽음의 환상으로 점프하기보다는 차라리 원작에도 등장하는, 계속 과거로 과거로 달려가 최종적으로는 세실리아에게 돌아가는 로비의 꿈을 영상화하는 게 더 아름답고 애달프지 않았을까요? 전 사실 이 장면의 영상화를 꽤 기대했거든요. 어떻게 연출해줄까 상상해보기도 하고ㅜㅜ 대사만으로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덩케르크 롱테이크는 최고였습니다. 절망과 희망, 그리고 무심함이라는 전쟁의 이름들을 시적일 정도로 아름답게 보여주더군요:) 훌륭한 롱테이크는 농구의 깨끗한 3점 슛과도 같아서 절 언제나 반하게 만들죠. 그래서 봉준호가 제 영화계의 정대만...(아 네 그러셨쎼요...) 그 외에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죽어가는 프랑스 병사 곁을 떠나는 브리오니의 모습에 드뷔시의 '달빛'이 깔리는 부분입니다. 단지 그 음악과 적막에 싸인 병동만으로도 이제는 사라졌을 프랑스 한적한 마을의 정겨운 빵집과 윗층에서 피아노 치는 빵집 딸을 떠올리게 하는, 가히 앞서 언급한 롱테이크급의 정서적 울림을 전해주더군요.

개인적인 취향을 좀 깎아내고 보면 좋은 영화예요.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해보이는 성취는 다 원작의 힘에서 빌려 온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롱테이크만 뺴고요:D).

로몰라 가라이는 좋아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18세를 연기하기에는 좀 삭아 보이지 않아요?; 키이라랑 둘이 서 있으니 어느 쪽이 언니인지 원(실제로도 이십대 후반이고...). 근데 뺨에 점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이 사람과 또 한 명의 배우 때문에 내가 작년에 너무 후져서 개봉도 안했던 케네스 브래너 버전 뜻대로 하세요 디비디를 샀었지....

시어샤 로넌-로몰라 가라이-바네사 레드그레이브로 이어지는 브리오니의 캐릭터는 매우 자연스럽지만 마지막에 와서는 '그니까 얜 죽을 때까지 이 머리 스타일을 고수했던 건가....요것도 속죄의 덤?....'하는 헛생각을 했습니다-_- 여자의 머리는 남자의 수염 급으로 소중하니까요. 보통은 반대로 쓰지만 뭐 상관없음?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을 수상했었죠? 타자기 소리와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배경음악들이 좋았습니다. 음악과 영상의 싱크로에 굉장히 공들인 티가 나더군요. 그니까 열심히 만들었다는 생각은 엄청 많이 드는 영화...님 인정.

덧>이 제목 쓸 때마다 너무 이상한 기분이네요. 왜 '속죄'라고 하지 않은 걸까. atonement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단어라 이렇게 쓰면 뭐 좀 더 있어보일 거 같아서? 영화 제목이 '속죄'면 지루한 고전영화 삘 날까봐?('애수'나 '모정'이나 뭐 그런거;;;)

덧2>이 사진이 격하게 취향이어도 괜찮은 걸까요. 제임스씨 연상의 부인이 보고계셔...아카데미 시상식때도 제임스가 옆에 앉은 시어샤 로넌 귀에 다정하게 막 뭔가를 속닥거리는데 고거시 자꾸 눈에 밟히더란 말입니다. 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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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아스카가 없어서 짜게 식었는데 정말 아스카가 안 나오는 거였군-_- 하지만 난 굳이 따지자면 미사토 파니까 괜찮아. 응.

이번 극장판이 티비판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얼마나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어떤 새로운 떡밥을 던졌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랄까 나부터가 디테일 따윈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재미있게 봤다는 건 사실이다. 잘 만들어서일까? 과거의 기억이 희석되어서 범인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추리소설을 재독하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던 걸까? 글쎄다.

에반게리온에 대한 첫 인상이라면 백 명의 오타쿠에게 물으면 백 가지의 답이 나오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중간한 나이대 때문인지 아무래도 애매하다. 최초의 기억이라면 초등학교 때 사 모은 게임피아 잡지에서 본 에바 극장판 특집이었고,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지만 꽤나 꼼꼼히 읽으면서 '음....요상한 이야기지만 재미있군'정도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접한 티비판은 분석글로 먼저 접했던 극장판에 대한 환상 때문인지 좀 싱거웠던 것 같다. 센세이셔널한 작품이란 건 알았지만 애니메이션 보급이라곤 공중파 방영만으로 만족했던 나에게 에바 본작보다 더 익숙했던 것은 오히려 외전격 게임인 강철의 걸프렌드 쪽일 정도다.

뭐, 언제부터인가 설렁설렁 확립한 에스카빠 에바까-_-의 정체성을 몇년 동안 지속시켜오긴 했지. 요컨대, 난 팬과 안티가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던 이 이상한 애증의 작품을, 안티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라면, 특히 판타지나 sf에 관해서라면 나는 꽤나 단순한 취향을 견지하고 있다. 꿈. 희망. 성장. 심플하지? 누구도 애니메이션이 블레이드 러너나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이 되어주길 원하진 않을 테니까. 간명한 셀화의 선과 색채 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꾸밈없이 스며 있기를 바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소년이 신화가 되는' 에바는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년이란, 모름지기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응응. 나도 꽤 우울한 사람이지만, 소년의 성장을 바라보는 건 즐겁고 행복하니까. 지구가 진짜로 멸망한다 해도 우리는 신화로 박제되어가는 인류의 비장한 아름다움을 예찬하기보다는 소년의 눈부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안노 히데아키는 그러지 않았고, 세기말, 문명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현대병으로 자리잡은 정체 모를 우울증을 성장통 삼아 앓고 있던 소년들은 이 이야기에 몰입했다. 어떤 의미에서 에바는 그들에게 가장 진실한 이야기 중 하나, 아니,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 그 무엇이었을 테니까. 이카리 신지는 '이입할 수 있는 동시에 누구보다도 깊게 혐오할 수 있는' 훌륭한 거울이 되어주었다. 이 거울을 뚫고 난데없이 주먹이 날아들어오는 티비판의 마지막 반전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그리고 여기까지가 나의 과거의 감상.

새로운 에바가 변했느냐, 변하지 않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어쨌거나 이 작품의 핵심은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나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이 극장판에 대한 더 진실한 감상이 될 것이다. 우선, 그 세월 동안 에반게리온에 대한 나의 평가는 조금씩 바뀌었다(티비판이나 극장판을 다시 본 것도 아니고, 이에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새로 접한 게 없는데 저절로 바뀌었다). 지금은 어쨌든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당대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것이다. 나는 최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처럼 기존의 코드를 새롭게 포장한 작품에 대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에반게리온의 경우에는 그 코드를 창조했으니 이 대단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야나미 레이라는 캐릭터 하나만을 놓고 봐도 대단하다고 해 줄께. 가이낙스, 너네 정말 킹왕짱. 그리고 오로지 새로운 것만이, 충격적인 것만이 인구에 회자되는 명작을 낳는 것은 아니다. 에바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어쨌든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최근 들어 또 덕후의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있는 타입문에 비교하면 이쪽은 정말 훌륭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아니 사실 타입문도 요즘은 좀 인정). 결정적으로, 에바는 당시의 오타쿠 청춘들의 감성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이렉트로 꿰뚫었다. 영리한 장사치의 훌륭한 상품이었다.

다시 본 에바는 달라진 의견 때문인지 몰라도 어쩐지 정말로 조금 달랐다. 신지는 그렇게 찌질하지 않았다. 그는 신화도 아니었다-그냥 불완전한 날개로 날아오르려고 발버둥치다가 이내 좌절하고 마는 불행한 소년이었다. 다들 중고등학교 때 반 구석에서 한두번쯤 목격했을 것 같은 그런 말수 적은 동급생. 오타쿠들에게 펀치를 날렸던 부적격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에반게리온의 시청자들보다 더 오타쿠스러운 것처럼, 타이피컬한 오타쿠 신지보다 겐도우 아저씨가 더 심각한 오타쿠더라(....무서웠;;;). 어른들은 비겁했고, 음험했으며, 확신의 가면 뒤에서 헤매고 있었다. 아이들은 순수했다. 그들은 싸웠다. 어른들에게 많은 것들을 빼앗긴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에바는 이런 이야기였다. 어제와 같은 이야기이지만, 어제와 같은 내가 아니다. 이 극장판의 진정한 의의는 이것이다. 10여년 전에 에바는 거대한 낚시질을 했다. 팬도 안티도 모두 낚였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환상의 물고기를, 이제 모두 어떤 형상으로든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초등학생은 대학생이 되었고, 중고등학생은 사회인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에바로. 어떤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낚시바늘은 정말로 무엇을 낚아 올렸던가? 나는 이제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 그 무엇'이었던 거대한 괴물의 담백한 실체를 관찰한다. 뒷자리에 카오루 파슨이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앉았는데 꺄악거리는 그들의 품새가 어찌나 생소하던지. 나는 열광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낚이지 않는다. 비로소 에바는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 다음편도 그 다음편도 계속 보러 갈 테지만, 모든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대한 나의 진정한 감상은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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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팀 버튼

주연
스위니 토드: 팀버튼의 남자조니 뎁
러빗 부인: 팀버튼의 여자헬레나 본햄 카터
터핀 판사: 알란 릭맨
피렐리: 사샤 바론 코헨
비들: 티모시 스폴
조안나: 제인 와이스너
안소니: 제이미 캠벨 바워

감독 남주 여주 캐스팅부터 이건 뭐 치정물-ㅁ-...이 아니고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듯한 포스. 작년에 라이센스 공연도 해서 국내에도 꽤 알려졌을 거라고 추측되는 원작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직접 본 적은 없네요. 그래서 이 뮤지컬 넘버를 듣는 것도 이 영화를 통해서가 거의 처음인데, 예상보다 굉장히 고전적인 넘버들이더군요. 딱 제 취향은 아니지만 원작은 매력적인 뮤지컬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시너지 효과를 언급했는데 사실 아무래도 뮤지컬 영화인 만큼 감독의 개성보다는 원작 뮤지컬을 어떻게 수술해서 스크린에 내놓을까에 대한 고심이 더 많이 보입니다. 물론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은 굉장히 팀 버튼 캐릭터스런 비주얼과 움직임을 선보이지만, 그 원형이 다른 사람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예요. 특히 스위니 토드는요. 러빗 부인 쪽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뮤지컬 영상의 러빗 부인은 원가 로알드 달 소설에 나올 것 같은(;) 기괴하고 경쾌한 느낌의 캐릭터였어요;;; 반면 영화의 러빗 부인은, 헬레나 본햄 카터의 비주얼 덕이 크겠지만, 커다란 눈망울에 다크서클만한 짝사랑의 고통을 드리운 굉장히 소녀적인 캐릭터예요. 그래서 그런지 이 사람의 결말은 좀 너무했다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그 밖에 뮤지컬 영화의 특성상 노래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로 클로즈업이 많을 수밖에 없고, 캐릭터들의 활동 영역 역시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가장 멀리 떠나는 것은 언제나 상상 속에서입니다. 스위니가 피렐리를 죽인 직후 화려한 복수를 꿈꾸는 장면이나 러빗 부인이 스위니 토드와의 바닷가 라이프를 꿈꾸는 장면 같은 거 말이지요. 대부분의 경우 이 사람들은 집 안에 박혀서 자기 본분(이랄까 본업? 아하하...)에 충실하게 살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바닷가 장면만이 유일하게 화면이 너무 팀 버튼스러워서 오히려 좀 깼던; 개그씬이었던 것 같네요. 뭐 전 귀엽고 좋았습니다. 오히려 부분부분 감독 센스 작열하는 좀 엇나간 개그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가장 중요한 노래는 어땠는가 하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너무 좋아서 황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명 '배우'가 연기하는 뮤지컬 영화인 만큼 노래에 대한 평가에는 관대해질 수밖에 없지요. 조니 뎁의 노래를 듣는 기분은 [앙코르]에서 와킨 피닉스의 노래를 듣는 기분과 비슷했습니다. 엄청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닌데 굉장히 그 사람답게 부른다는 느낌. 존재감도 강렬하고 말이죠. 훌륭한 팬서비스를 목도하는 기분이랄까요. 전에도 이래서 앙코르 오에슷히를 지르고 말았는데 이것도 함 지....질러?? 나머지 배우들도 고만고만하게 잘 하더군요:) 칭찬임. 특히 'Pretty Women'에서 앨런 릭맨의 중후한 저음과 뎁사마의 포스넘치는 목소리(+표정)이 하모니를 이루는 부분에서는 감동까지 느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둘다 그렇게 노래 잘하는 건 아닌데 왠지 감동적이야....노래부터가 그렇죠. 과거 사랑했던 여인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복수심에 타오르는 한 남자와 지금 사랑하는 여자를 떠올리며 행복감에 도취된 한 남자의 위험 천만한 듀엣이라니, 너무 드라마틱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결말에서 조금 썩둑 잘린 느낌이라 뭔가 거식했는데 알고 보니 원작은 이 뒤에 The Ballad of Sweeney Todd라는 꽤 유명한 합창 넘버가 있더군요! 어째서 뺀 건지 알 수 없는데, 관객은 알 수 없는 업계의 사정인가;; 아무튼 그 탓에 초반의 그 긴 오프닝에 이어 스위니와 안소니의 노래로 시작되는 시작 부분과 지나치게 간결한 결말의 대비가 조금 균형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드네요.

잔인함의 강도는 별로 높지 않습니다. 일단 피부터가 너무 포스터칼라 다홍색 물감같아서 좀 예...예쁩니다;;(뻘뻘) 그리고 계속해서 목을 딴다;고 해도 그 베어진 단면이 자세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베는군''피가 솟구치는군'이라고 머리로 판단하면서 관망할 수 있을 정도. 오히려 지하실에 거꾸로 떨어지는 장면이 꽤나 강렬해서 친구와 함께 다들 목이 따여서 죽은 게 아니라 지하실에 떨어질 때 목뼈가 부러지거나 해서 죽은것같다;;;고 수군수군. 아니 목 따는 것도 꽤나 얕게 찌르는 것 같아 보여서요(....뭘 그리 자세히 봐;;;). 저래가지고 보통 죽는지 약간 의문? 아무튼지간에 제게 가장 잔인한 장면은 지하실 기계 레버를 돌리자 고기가 면발마냥 쑥쑥; 나오는 고 장면; 이었습니다. 으헉.

배경도 그렇고 전체적인 화면 톤도 그렇고 전 계속 [슬리피 할로우]가 생각났습니다. 조안나를 볼 때도 그 영화에서의 크리스티나 리치가 자꾸 생각났고, 무엇보다도 스위니 토드가 목 없는 기사의 재래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설정이고 비주얼이고. 세월이 흘러 귀여운 이카보드가 이젠 목 없는 기사가 되고 아내 닮은 딸도 낳았군요.

사샤 바론 코헨이 어떤 역일까 둑은둑은;했는데 역시나. 하하하. 티모시 스폴은 왠지 요즘 자주 보네요. 그것도 항상 악의 축;의 딱갈이 역으로. [해리 포터]시리즈에서는 볼드모트의 딱갈이,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마녀의 딱갈이....음. 그, 그런 이미지인갑다.

크리스티나 리치 닮은 제인 와이즈너 예뻤어요. 팀 버튼이 고르는 여자에 잘 꽂히는 걸 보면 이 사람과 제 여자 취향은 좀 비슷한 데가 있나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목은 따지 말아주세요 감독님. 누명은 씌우지 않을 테니까:D

아놔, 이제 본 기억도 희미해질라고 합니다. 빨리 적고 치워 버리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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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안

주연
양조위: 마성의 남자이 대장
탕웨이: 왕지아즈/막부인
조안 첸: 이부인

나머지는 생략(검색이 귀찮....)

[색, 계]의 영어 타이틀은 [Lust, Caution]입니다. 대부분의 중국영화 제목들이 그렇듯 영어로 하면 멋은 좀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원제의 모호한 의미가 더 간명해지죠. [색, 계]는 표면적으로 행해지는 유혹과 경계,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사랑(꺄~ 두근두근<-.....;;;;)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안 영화니까 아무튼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싸랑입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이쁘고 살짝 불행한(.....) 소녀 왕지아즈는 대학생활 중에 한 참한 운동권 남학생에게 낚여 극단에 들어가는데 어머나! 알고 보니 연기에 엄청나게 재능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리고 그 문제의 남학생은 치기어린 애국심에 매국노 이 대장을 암살할 계획을 짜고 단원들에게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데 시절도 하 수상하고 얘들은 또 피가 끓는 연배인지라-_- 모두 오케이를 날리고 맙니다. 연기력 좋고 예쁜 왕지아즈가 이 대장을 꼬셔(....)내는 역할을 맡게 되고, 근데 이 대장 이 남자가 양조위고, 그럼 계획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고(개인 취향에 의거한 일반화의 오류로 인한 부적절한 스토리 중간생략), 어쩌고저쩌고, 뭐 이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그러나 두 주인공들이 담아내는 감정의 깊이에 비교하면 이 플롯이 심히 썰렁해 보이는 것이, 비록 정규 국사 교육을 받은 바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부르주아 대학생들의 암살단원 놀이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바는 아니나,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역시 좀 바보짓;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_- 가장 이용해먹기 용이한 '예쁜 여자' 왕지아즈만 왕창 부려먹고, 성적으로도 착취하기까지 하고말이죠;; 뭐 지네들은 이거슨 다 대의를 위해! 라고 외칠 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런 어설픈 계획으로 뭘 해먹겠단 건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참 한숨만... 정작 왕지아즈는 애국 같은 거창한 미션에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이는 것이, 이 아가씨는 처음에는 잘생긴 남학생에게 낚여서 시작했고 뒤로 갈수록 점차 '막부인을 연기하는 자신'에 도취되어 가는 것 같거든요. 별 저항 없이 처녀성을 버린 이유도 애국심이라거나 이 대장에 대한 증오심보다는 자신의 연기를 완벽하게 끝마쳐야 한다는 일종의 집착에서인 듯 하고 말이죠.

이 아가씨를 이해하지 못할 까닭은 없죠. 그녀는 예쁘고 똑똑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영국으로 떠난 뒤에는 뒤숭숭한 대륙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지요. 그의 아버지는 딸을 홍콩에 있는 대학에 집어넣어버리고는 영국에서 새장가를 들고 딸에게는 오라고 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왕지아즈는 대학에서 함께 다니는, 객관적으로는 왕지아즈보다 미모가 좀 떨어지는 친구보다도 더 존재감이 없는 학생으로 별 의욕 없이 살아갑니다만, 그 친구가 제의받은 극단 참가에 덤태기로 끼어서 들어간 뒤부터는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매력과 재능을 발견한 거죠. 주목받지 못하던 십수년 인생에 갑작스런 전환점을 맞이한 그녀에게 이 대장 암살을 위해 개막한 무대에서의 막부인 연기는 그 위험 때문에 더욱 더 스릴이 넘치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왕지아즈는 자신의 매력과 재능을 십분 발휘해야 하는 데다가 모두의 기대-심지어 나라의 존망(?)까지도-를 한 몸에 지게 된 중요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이 임무에 점차 중독되어 갑니다. 그런 그녀가 첫 번째 암살 시도가 실패한 후 돌아간 지루한 일상에서 그녀가 또다시 권태를 느끼고 별다른 의욕 없이 살아가는 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죠. 근데 그 순간 또 옛날에 살짝 좋아했던 남학생이 나타나서 더 웅장한 스케일로 막부인 라이프 제 2막을 연출해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이 아가씨가 이걸 안 하고 배기겠습니까?

그러나 재수가 좋았던 건지 전혀 없었던 건지-_- 이 대장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의 남좌;였고 이 대장을 향한 왕지아즈의 마음은 까르띠에 다이아 반지를 선물받는 시점에서 클라이막스에 이릅니다.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이 남자. 빛나는 다이아보다 그 다이아를 낀 자신의 손이 더 보고 싶다는 이 남자. 아니 이를 어쩌나-_- 이 때 왕지아즈에게 있어서는 나라를 구하는 임무를 띈 매혹적인 스파이 왕지아즈보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그 남자 눈에 다이아몬드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막부인이 더 아름답고 중요한 존재로 각인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선 순위가 뒤바뀌자 왕지아즈는 반란군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버립니다. 마지막까지 고귀한 자결;이 아니라 이 대장의 정부로 남아 그의 처분대로 죽기를 결정한 왕지아즈는 끝까지 참.....그답게 소녀스러웠습니다. 헛.

뭔가 척봐도 상당히 위험한;;; 이 대장은 왕지아즈보다 훨씬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왕지아즈가 노래를 부를 때 이 대장이 눈물 젖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장면, 다이아 반지를 두고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던 장면, 막부인의 빈 방에 그가 홀로 앉아 있던 장면에서만은 가히 브로크백 마운틴 수준의 감정의 밀도를 보여주더군요. 젠장 이러니 멀쩡한 스트레이트 여자가 안 낚이고 배겨?ㅜㅜㅜㅜㅜ

소문의 정사씬은 확실히 수위가 높았지만 뭐...야하다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쪽이라서요. 뭐랄까, 침대에서만큼은 왕지아즈와 이 대장이 '유혹'과 '경계'의 가면을 벗고 서로를 욕망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고 마주한다고나 할까, 정말 살까지 벗겨버릴 것 같은 베드씬;;;;무섭. 그래도 이 가감 없는 장면들 중에 꽤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총을 바라보던 왕지아즈가 어둡고 밀폐된 공간을 무서워하는 이 대장의 얼굴을 배게로 막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건 아니고(쿨럭), 기본적으로 이 대장을 우위에 둔 사도마조히즘적인 그들의 관계가 총이라는 암살도구의 암시 속에서 일시적으로 살짝 전복되어 암살자와 그 표적 본연의 관계로 돌아가는 듯한 게 좀 재미있었습니다.

은근히 이 영화 개그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 애국심 고취용 연극 장면이나 안 웃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간지나는 양조위의 탈출(....)장면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왕리홍 선배가 얘들 배신때린 걸 알고 나서 따지러 왔다가 칼 맞고 죽어가는 게 너무....웃기더군요(근데 웃어도...되나?;;;). 특히 몇 번이나 찌른 뒤에도 살아 있어서 애기들이 '아직도 살아있어!?'하고 경악하는 부분이. 다들 칼 한 방씩 급소에 맞고 알아서 죽어주는 다른 간지무협영화들을 떠올리니-이떄 유일하게 한방에 안 죽고 나중에 눈떠서 유언남기는 사람; 여주인공. 가끔은 남주인공-안 웃을 수가 없더라고요. 감독이 노렸나?

양조위의 연기는...뭐랩니까, 이 사람. 사기 유닛임. 메소드 연기의 정 반대편에 위치한 궁극의 연기?; 그러니까, 양조위는 특별히 다른 어떤 사람이 되는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 대신, 연기하는 인물이 바로 양조위가 됩니다. 이게 말이 되는지는 즈도 모르겠고;;; 기타지마 마야쯤 되면 뭔소린지 알는지도-_- 이 영화를 본 지인 중 한 사람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양조위가 좀 그렇잖아.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좀 무서운 매력도 있고'. 전 이 사람이 이 영화 보기 전에는 양조위가 전혀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데에 오백원이라도 걸겠습니다. 일일드라마에 불륜남으로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단박에 이미지 바꾸는 사람 넘....무섭다ㅜㅜㅜㅜㅜㅜ 그래서 양조위의 연기는 어색하지 않아요. 그건 정말로 양조위니까. 눈빛으로도 등으로도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미 연기가 아니기 때문임OTL....

나이에 비해 앳된 얼굴을 가진 신인 탕웨이 역시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연기를 연기하는, 능숙을 가장한 서툰 유혹자를 신인다운 신선함과 미묘한 불안정함(?)으로 오히려 더 잘 재현해 냈어요. 작고 어려보이는 그 얼굴에 바른 하얀 분과 빨간 입술연지마냥 사랑스런 움직임이더군요. 볼 때마다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지는 그런 얼굴의 소유자인데 아무튼지간에 얼굴 넘이쁨.

딴소린데 조안 첸은 샌프란시스코에 산다더군요. 유학중 도강한-_- 영화수업에서 세이빙 페이스 얘기하다가 교수가 그랬어요. 조안 첸도 못보고 오다니. 쳇쳇쳇. 하긴 서울에 살면서 본 연예인도 손에 꼽는데 뭐;;;

덧>위 포스터에 양복광고 찍는 것 같은 양조위, 이 장면 뒤에 이어지는 시츄에이션도 그렇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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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 떠올리게 하지 않습니까? 나는 이때부터 이미 느꼈던 것 같아요. 조교물;의 향기를(;;;;;)

덧2>중간에 한 번 날리고 다시 썼습니다.
덕분에 의욕이 완전 바닥까지 내려가서 말이죵-_- 역시 글 날리는 건 사람이 할 짓이 못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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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1월에 개봉이네요. 국내 제목 번역은 꽤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포스터도 괜찮고. 아니 나도 수잔 서랜든 좋아하지만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 성격이 강한 영화에 저분 얼굴만 계속 클로즈업된 포스터만 보는 건 좀....제가 여기서 제일 많이 본 포스터가 저 위에 거랑 그냥 나리사 얼굴+독사과만 나온거....주인공들은 나오지도 않음.

아무튼 각설하고. 트레일러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앨런 맨켄+스티븐 슈워츠 콤비의 음악이 듣고 싶었으므로, 그리고 제임스 마스덴(하악)이 나오므로 보러 갔습니다:D

2D와 실사가 믹스된 형식의 영화라는 게 특징 중 하나이지만 실제로 2D의 비중은 높지 않고 별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거 같지도 않으므로(.....디즈니의 굴욕?;) 그냥 실사 쪽에 집중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주요한 코미디 포인트는 역시 디즈니의 고전적인 2D세계에서 튀어나온 공주님 캐릭터가 21세기 뉴욕에서 어떻게 취급당하는가-입니다. 지젤은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의 벨 타입 아가씨예요. 꾸밈없고 자연 친화적이고 사랑에 대한 대책 없는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관객은 그런 캐릭터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감동을 먹기보다는, '노래 불러 동물들 불러모으기'가 뉴욕 도심에서 라따뚜이 실사판을 무색케 하는 광경을 탄생시키는 것을 목격하고, 현실적인 변호사 남주인공 로버트의 놀라움에 찬 발언들('어떻게 하루 만난 사람과 결혼할 수 있죠?')에 공감하면서 이 괴이한 히로인에게 연민과 뜨악함을 느끼게 됩니다. 기존의 생산물들에 대한 이 위트 있는 비틀기는 이번에는 드림웍스가 아닌 디즈니 자신에 의해 행해졌다는 데에 조금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제작진들은 결국 디즈니의 사랑스러운 공주님 캐릭터가 이 각박한 세상에서 아직까지도 먹힌다는 것을 훌륭하게 증명하면서 영화를 끝마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낙관적일지는 모르지만 역시 또한 지독하게 디즈니적이고 미워할 수 없는 그런 결말이죠. 이쯤 되면 이 소신이 존경스럽습니다. 게다가 재밌기까지 하니 더 할 말도 없음. 공주님과 왕자님 관계의 전복이라거나(뭐 전복이래봤자 '종이봉지 공주'급으로 혁명적이진 않고 그냥 잠깐 나오는;) 온갖 공주'물'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각종 클리셰들의 모듬 선물세트이자 디즈니의 과거 전성기 적 2D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 같은 막판 구성은 조금 요란한 감은 있어도 이 깜찍한 파티의 마지막을 유쾌하게 장식해줍니다.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력이야 이미 준벅에서 검증된 바 있고, 노래 또한 어찌나 잘 부르는지 뮤지컬 위키드의 주역이었던 이디나 멘젤이 모처럼 출연해서 노래를 한 곡도 안 불러 주는 것이 아쉽지 않았습니다(그렇지만 그래도....불러 줬으면 더 좋았을걸!!;ㅁ;). 패트릭 뎀시는 뭐...이미 공인된 왕자님이지요. 현대의. 야외 촬영분에서 어린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다 패트릭 뎀시를 볼 때마다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바람에 그 부분은 죄 후시 녹음이라는 일화를 듣고...개뿜었습니다. 미쳐....저라면 제임스 마스덴을 보고 외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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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우리의 귀여운 제임스 마스덴.

당신이 제임스 마스덴의 팬이라면, 엑스맨 3편을 보고 감독을 암살하고 싶었다면, 슈퍼맨 리턴즈와 헤어스프레이같은 영화로 어떻게든 그 솟구치는 애정과 빠심을 충족시켜 보려고 했지만 거기서는 너무 조금 나오는 데다가 초콤 간지나기까지 해서 왠지 유감스러웠던 당신이라면(바보일 때가 가장 귀여우니까....), 이 영화를 보세요. 두번 보세요!!!!

에드워드 왕자는 약간 나르시시즘 기질이 있는 단순한 호남형의 캐릭터인데,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제임스 마스덴이 와인빛의 퍼프 소매와 쫄바지 왕자님 의상을 입고(....) 뉴욕 시가지를 쏘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ㅁ;ㅁ;ㅁ; 아, 아름다워효......바보;지만 상쾌하고 뒤끝 없는 이 왕자님, 정말로 귀엽습니다. 특히 에드워드 왕자의 좀 덜떨어진 '왕자님 미소'는 그야말로 킹왕짱.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랑 웃는 모습 똑같아....ㅜㅜㅜㅜㅜㅜㅜ 패트릭 뎀시의 남자주인공은 암만 설정상 '현실적인 뉴욕남자'라는 여주인공과 대비되는 껍데기를 씌우려고 해놔도 배우 생긴 것(;)도 그렇고 각본도 뭐...그래서 막상 까보면 그냥 '다정하고 사려깊은 현대 왕자님(채고급 연봉탑재)'이라는 느낌이라 조금 식상한 감이 있는데, 에드워드 왕자는 정말이지....디즈니가 이런 사랑스런 왕자 캐릭터를 만들어 줘서 정말 기뻤어요. 귀여웠다. 응응.

기대했던 음악은 그냥 괜찮은 정도입니다. 어차피 같은 콤비의 '노틀담의 꼽추'같은 임팩트를 기대한 건 아니고...좋은 곡들이고 귀에는 잘 붙지만, 앨런 맨켄의 전성기 때 곡들과 비교하는 건 좀 무리겠군요. 뮤지컬적 요소는 있지만 노래가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섭섭한 단점은 아닙니다.


새로운 사진이 없으니 전에 올렸던 포스터로 대체합니다~_~



이 영화를 [폭력의 역사]에서 따로 떼어놓고 보기는 조금 힘듭니다. 뭐랄까, 코에이;식으로 말하자면 [폭력의 역사]의 파워업키트; 쯤 되는 영화거든요. 폭력의 역사 쪽이 더 훌륭하고 할 말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동방의 약속도 꽤나 잘 빠지고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므로 전자를 보고 후자를 안 보는 건 그러려니 하겠지만 후자를 보고 전자를 보지 않는 것은 꽤나 아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폭력의 역사를 보고 그 군더더기 없는 액션 씬에 홀랑 반한 저는 이번에도 그런 것을 기대했습니다만...초반부터 면도칼로 사람 목을 썰면;서 시작한 이 영화는 한참 동안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더니 종반에 거의 미친 듯한-_- 액션을 몰아서 선보여줍니다. 다시 보라면 못보겠어.....제 썩은 눈에 데이빗 감독이 비고 벗기기를 암만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어도 트레일러에 나온 그 정도가 단 줄 알았지 설마 벗기고 저런........를 시킬 줄 누가 알았나.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경악 속의 전신 누드였던 것이빈다.

뭐 아무튼...니콜라이-비고 모르텐슨-는 (기대했던 바처럼!)무척 매력적이지만, 그것은 톰 스탈의 인간적이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기보다는 어딘지 만화에 나오는 안티 히어로처럼 미스테리어스하고 퍼펙트;하고 조금은 무서운, 그런 종류의 매력입니다. 이렇게 남자주인공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진 관객이 1차적으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은 여자주인공인 나오미 왓츠가 될 터인데, 설정 상 러시아 이민자의 딸인 이 아가씨의 정의로운 행동 패턴도 마리아 벨로가 폭력의 역사에서 맡았던 역할에 비교하면 그렇게 감정 이입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동시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뱅상 카셀의 키릴 같습니다. 근데 어쨌든 간에 청바지에 남방 입고 싸우던 아저씨가 두시간동안 계속 수트 아니면 누드;로 나오니 전 뭐 그냥 눈물을 ㅊ흘리며 '다 이루었도다'를 되뇌일 뿐이라능(갑자기 덕후모드).

스토리 전개도 조금은 안전빵 노선을 취하는 감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그냥 흘러가야 하는 곳으로 좀 작위적이다 싶을 정도로 편리하게 움직입니다. 부분부분 형성되는 갈등을 제외하고 전체 스토리만 보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별로 없죠.

연기는 역시 좋습니다. 주역인 비고 모르텐슨, 나오미 왓츠, 뱅상 카셀은 물론이고(뱅상 카셀의 연기는 의외로(?) 굉장히 훌륭합니다:), 조역들의 연기도 매우 알차요. 특히 아민 뮬러-스탈(이라고 읽나;;;)의 서늘한 연기는 에드 해리스의 포가티와 비견할 만 합니다.

뭔가 여러가지로 아쉽다고 적은 느낌이지만 전작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고, 상영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해서 본 좋은 영화였어요. 나오미 왓츠와 비고 모르텐슨의 은근하고 플라토닉한 케미스트리도 전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 중 하나....이런 거 좋아ㅜ_ㅜ

이건 별로 내용이랑은 상관없지만, 영국 영어도 잘 못 알아듣는 제가 극장에서 런던 배경으로 러시아 마피아들이 영어 쓰는 영화를 보고 있으니 정말이지....나중에 자막 달고 다시 보겠어요. 근데 그 액션을 또 봐야돼?@_@

아무튼 드디어 동방신기동방약속을 보아서 마음이 편안하다는거.

덧>얼마 전 마리아 벨로가 나오는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봤는데 영화야 뭐 그냥 보통이었지만 언니...여전히 너무 멋져ㅜㅜㅜㅜㅜㅜ를 외칠 수밖에 없더군요.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의 제목은 낚시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시대는 엘리자베스 치세의 황금 시대가 아니라 그 직전, 유폐된 메리 스튜어트의 여왕 암살 음모와 처형에서 스페인의 무적 함대 격파까지가 주 내용이 되거든요. 뭐 태평성대보다야 이쪽이 더 재미있을 소지가 많은 이야기긴 한데....근데 솔직히 말하면 시대랑 주변 사람들 이름만 달라졌지 내용물은 거의 전작의 재탕이나 다름없습니다. 98년작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레스터 백작도 랠리 경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역할이고....뭐 조셉 파인즈의 레스터보다야 클라이브 오웬의 랠리 경이 백배는 더 간지난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요.

그러니까 전작과 별 차이 없는 내용물이란 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어지는 점도 있지만 이 영화가 여전히 당시의 영국이나 영국 왕실보다는 엘리자베스 1세의 인생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포커스가 완전 똑같다는 거죠. 비커밍 제인엘리자베스, 빙 줄리아엘리자베스, 뭐 이런 거랄까. '여인'인 동시에 '여왕'인 엘리자베스의 사랑과 고뇌와 극복....이 중 극복 파트는 촘 뜬금없기까지 합니다.

이왕 말하는 김에 다 해버리죠. 트레일러도 낚시입니다:D 갑옷 입은 여왕님이 멋지게 등장하신다고 해서 '오오 반지의 제왕 뺨치는 조낸 화려한 전쟁씬이 나오겠구나!!!'이러셔서는 아니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엘리자베스라는 인간에 대한 영화이지 그 이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