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간단히 요약해보는 이쁜 놈 무심한 놈 존재감 없는 놈 내용(스포, 여성향 주의)
이 영화의 서사에 대한 불만을 많이 봐서 그냥 하는 말인데 전 사실 김지운은 이명세랑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요약이 한줄;로 가능하냐 세줄;로 가능하냐, 강동원한테 집착하느냐 이병헌에게 집착하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집착하는 건 이미지예요. 영화 전체의 얼개보다도 한 시퀀스의 멋스러움이, 한 시퀀스의 멋스러움보다는 한 씬의 아름다움이, 씬의 아름다움보다는 한 순간의 이미지가 이 사람들에겐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김지운 영화 보러 가면서 훌륭한 스토리 같은 걸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고요(.....) 달콤한 인생은 뭐 별거 있었나요.
네. 놈놈놈 역시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눈보신하는 것만으로도 뽕맞는 듯한 기분이 되는 인간을 위한 영화입니다. 역시 세상 간지 중 돈으로 ㅊ바른 간지가 최고입니다(흐뭇).
보물 지도가 있고 세 남자가 있습니다. 옵션으로 일본군팀, 독립군팀, 만주마적떼팀+알파가 있긴 한데 세 남자가 이들을 각각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이 집단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에 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개그 전담 이외의 존재 이유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독립군은 개그도 안 하는 주제에 마지막 물량공세 파트에서 다들 급작스레 튀어나와 지축을 흔들며 말을 달리는 와중에도 고고하게 뭘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서사의 흔들림은 주로 이 집단들의 욕망과 세 남자들의 욕망이 전혀 유기적인 관련을 갖지 않고 따로 논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가장 돈을 ㅊ바른 티가 나는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추격씬은 이런 부실한 연관관계와 쌓아놓은 것 없는 복선 때문에 되려 가장 재미없는 액션씬이 되어버립니다. 하다못해 타이틀에 이름 박아놓은 세 남자들만이라도 좀 싸울 이유가 비등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박도원은 그냥 윤태구와 박창이의 갈등에 어쩌다 휘말린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마땅히 '좋은 놈'이 가장 웨스턴st. 히어로로 까칠한 외면 아래에 나름대로의 타오르는 정의를 품고(요즘 세상엔 이런 걸 츤데레라고 부르죠) 고독하게 만주 벌판을 달려다녀야 하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게 좋은 놈입니다. 알 수 없다기보다 알릴 기회가 마땅히 없었다고 해야겠죠^_T 꿈이 뭔지도 차마 말하지 못한 도원이...
그러나 박도원의 가치는 그 캐릭터의 깊이 따위에 있지 않습니다. 누가 그런 걸 신경써? 도원이의 미학은 그저, 기럭지입니다. 간지입니다. 얘가 제일 말 많이 탑니다. 심지어 말 타는 장면은 꼭 옆에서 풀숏으로 찍어줍니다. 이병헌 송강호는 이런 샷 없습니다(...) 아니 송강호는 애초에 말을 타지도 않습니다. 사이드카만 타죠. 그러나 정우성횽은 언제나 챙넓은 모자에 깃 넓은 롱코트를 휘날리며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의 여부조차 매우 의심스러운 존나새끈한 롱부츠를 신고 말 달리며 윈체스터총을 장전하십니다 오오....이런 의미여쿠나. 좋다! 넌 좋은 놈이야!
나쁜 놈 박창이의 비주얼은 어떤 의미에서 박도원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병헌의 비율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전 이병헌 실제로 본 사람들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듣는 첫 마디가 '머리 엄청 커!'입니다. 님들아 쩜....그러나 김지운의 훼이보릿인 이병헌은 이미 전작에서도 부실한 기럭지의 한계를 넘어 하얀 셔츠+딱붙은 검정수트+간지앞머리의 힘으로 뷰티풀 가이로 거듭난 바 있습니다. 기본 포맷은 놈놈놈에서도 비슷합니다만, 여기서는 시대물의 탈을 쓰고 더 나갑니다. 과장된 앞머리와 그 모래바람 속에서도 언제나 빳빳하게 빛나는 셔츠, 검은 베스트와 쟈켓, 검은 장갑과 구두, 슴옥희 화장(....), 신발의 은색 체인과 게이한 은색 링귀걸이. 굳이 요약하자면 메탈&블랙. 위험하고 나쁜 남자의 섹시한 아름다움. OMG(죄송합니다 뵨사마가 외쿡여자들에게 초인기라기에 그만...). 가히 만주제일미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박창이는 이런 꼴;로 윤태구를 지구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가 '윤태구'란 단어만 입에 올리면 질투에 미쳐서 쏴서 죽이고 찔러 죽이고(.....) 중간에 누가 최고인지 두고 보라는 둥, 전설이 되는 건 나라는 둥의 독백을 하거나, 마지막 배틀에서 모든 부하들이 죽은 허무를 달래기 위해 너네랑 게임을 해야 하겠다는 둥 같잖은 소리를 지껄일 때는 '아니 이건 또 웬 어둠에다크여....'이러면서 ㅊ웃었지만 그런 중2병적인 모습까지 너무도 사랑스러운 얀데레인 것이죠. 앨 이렇게 입힌 것도 모자라 중간에 잠깐 벗기고 빨간 비단 이불 둘러놓은 건 다 감독 너의 욕망이지요???? 참 잘했어요^ㅁ^
이상한 놈 윤태구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송강호입니다. 사실은 윤태구도 박도원만큼이나 명확한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입니다. 박도원은 말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지만, 윤태구는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전 그냥 이 사람의 꿈이 진실이기를 바랍니다....만 마지막에 윤태구의 뒤를 쫓는 박도원의 모습은 또 근시일 내에 다가올 또 다른 싸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놈놈놈의 '만주'라는 공간은 무국적적입니다. 실제로도 좀 그런 공간이긴 하지만, 김지운 영화의 공간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가장 만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인 마적떼들 역시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고 희한한 코스프레를 하고 있죠.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사막만큼이나 사막에 가끔 별처럼 박혀 있는 마을이나 민가는 위험하고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음...전 이 영화에서 딱히 만주를 한반도의 일부로, 혹은 한반도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고자 하는 공기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질서가 없는 공간.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무르는 공간. 윤태구의 꿈처럼, 가능한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언제고 떠나 고향으로 회귀하고 싶게끔 만드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갖은 도구를 갖추고 만주는 우리 땅이라는 걸 윤태구에게 역설하던 아편장수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인물인 데다 가장 처절한(;) 말로를 맞기도 하죠.
마지막 블록버스터 액션은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지만 거리에서 부딪치는 세 남자의 액션들은 재치있게 잘 짜여져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생존력이 너무 먼치킨 수준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현실적인 액션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주인공 셋만 날뛰는 영화이긴 해도 윤제문과 류승수는 좋았습니다. 만길이가 죽어버려서 슬펐던 나....영화 끝나고 이승환의 슈퍼히어로가 흘러나와서 더 슬펐던 나;ㅁ;
근데 칸 버전과 비교해서 박창이의 나레이션과 엄지원 나오는 독립군 부분이 추가되었다고....
그거 추가 왜했어...
전 영화의 흥행 성적을 잘 맞추는 편인데 놈놈놈은 본전은 가볍게 뽑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재밌거든요:) 헐리웃으로 치자면 아이언맨을 보는 기분으로 다들 보러 가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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