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08/08 | 18 ARTICLE FOUND

  1. 2008/08/31 굳빠이 여름 (7)
  2. 2008/08/28 The Other Wind에서 제다이의 향기를 느끼다;
  3. 2008/08/27 [WALL-E]EVE (4)
  4. 2008/08/26 코기, 나츠메 감상.
  5. 2008/08/23 1일 1영화 (2)
  6. 2008/08/22 영화상영+팬미팅 후기;;
  7. 2008/08/20 근황. (6)
  8. 2008/08/18 서울 가시나의 당혹 (2)
  9. 2008/08/14 몰라 난 그냥 놀러갈 테야. (5)
  10. 2008/08/13 폭풍속에서 빛나는 여름 (4)
  11. 2008/08/11 'Freedom!!' (2)
  12. 2008/08/10 태환아!
  13. 2008/08/09 아버지의 용 (2)
  14. 2008/08/06 로봇만도 못해서 짐승만도 못해서 미안해 (4)
  15. 2008/08/04 아오 린지ㅜㅜㅜ (6)
  16. 2008/08/03 Viola
  17. 2008/08/03 적벽대전(2008) (7)
  18. 2008/08/01 좋은 놈은 소중합니다, 아나킨여포. (10)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개강이 오고 있어......으흑흑. 수강신청은 전체수강신청일에 무사히 완료했지만 여전히 두렵다. 이 저질 체력으로 잘 버틸 수 있어야 할 텐데. 대체 나중에 어떻게 벌어먹고 살려고 그러니.

머리를 잘랐다. 몇 년 동안 긴 머리였는데 한 순간의 변덕으로 싹둑. 미용사가 '진짜 잘라요. 괜찮죠?'하고 자르는데 정작 난 별 느낌이 없더라. 섭섭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후련하지도 않은 것이 역시 내 머리카락은 내 애증의 대상 넘버 원인 게 분명해....근데 정말 머리 자르니까 좀 나이들어 보이긴 하네. 이건 섭섭. 인증샷이라도 올릴까 하다가 관둠.

씨엘 최근 연재분이 꼴릿(....)해서 안 사고 있던 단행본을 우루루 샀는데 나중에 가격을 훝어보니 근 일 년 동안의 만화책 가격 상승이 정말 드라마틱했다는 게 막 피부로 와닿는다....
돈없는 사람은 이제 만화책도 못사보겠군. 이왕 이렇게 된 거 고급 취미라고 해주세연.

요즘은 뭔가 쓸까 하다가도 혼자 짜게 식어서 관두게 된다. 뭣모르던 시절(...)에는 아무 때나 우와, 이거 써야지☆하는 생각이 팟 들면 그냥 되는 대로 써갈겼는데 비록 미흡하고 오류투성이인 날들이었지만 차라리 그 때가 더 생산적이긴 했던 것 같아....능력은 그대로인데 살리에르의 불운한 감식안만 나날이 닦여서 점점 더 뭘 쓰는 게 두려워진다. 써봤자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뭐 어때 하는 배짱을 부려보려고 해도, 일단 내가 보잖아(......). 그게 제일 무섭다.

겨울이 오고 있다(두둥!). 스타크 가문이냐....아무튼 슬슬 날씨가 선선해져서 기분이 좋다. 이번 여름 날씨는 좀 많이 이상했지만. 겨울 날씨가 좋고, 겨울 풍경이 좋고, 겨울 옷이 좋고. 주변에 11월생이 많아서인지 나도 아예 겨울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뭐 봄도 나쁘진 않지. 시적이잖아. 나에게 별로 어울리는 시는 아니지만.




"There's no less or greater in an absolute thing," Sparrowhawk said. "All or nothing at all, the true lover says, and that's the truth of it. My love will never die, he says. He claims eternity. And rightly. How can it die when it's life itself? What do we know of eternity but the glimpes we get of it when we enter in theat bond?"
He spoke softly but with fire and energy; then he leaned back, and after a minute said, with a half smile,"Every oaf of a farm boy sings that, every young girl that dreams of love knows it. But it's not a thing the Masters of Roke are familiar with. The Patterner maybe knew it early. I learned it late. Very late. Not quite too late."


하여간 코루스칸트 것들이나 로크 것들이나....애들 좀 감정장애자로 키우지마orz
울히 게드는 육십줄에라도 사랑을 알아서 다행;ㅁ; 게드x테나르 사랑합니다 쪽쪽. 황혼의 로맨스면 뭐 어때 둘이 햄볶으면 되지. 근데 정말 게드 점점 공처가가 되어가는 것 같다;; 훗.

그러니 부디 Let there be love. Let them love.

어스시 시리즈의 6번째 책인데 원서로 찔끔찔끔 읽고 있다. 얼마 전 읽을 게 많아서 던져뒀다가 갑자기 황금가지가 5권을 내는 바람에 헉 빨리 읽지 않으면 라이센스가 나와;;;;하는 마음에 다시 잡았음. 어쨌거나 재미있고 잘 읽히는 책.

원래 무능력한 Ex대현자 중년 게드 모에이지만 6권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레반넨이 또 격하게 모에해서. 머나먼 바닷가에서 소년 왕자 아렌으로 등장했던 시절에는 어 그래 뭐 넌 있든가 말든가 난 게드 학학...하는 기분이었는데 자라서 킹이 되고 나니 꼴에 하나 있는 대통령마저도 숭악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 척박한 공화국에서 운 지지리도 없게시리 유전자 속에 킹모에 속성을 박고 태어난 게 아닌가 심히 의심되는 나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가끔, 특히 소설 읽고 있을 때 활자로 묘사된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의 만화/애니 캐릭터가 내 의식과는 무관하게 자꾸 소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 머릿속 레반넨은 누구냐면 FSS의 다이 그 필모어; 인종부터가 다른 걸 아는데 자제가 안 되는 걸 어쩔?  'The eyes watching him were alert, urbane, as implacably keen as Sparrowhawk's, but withholding even more of the mind within.'같은 문장을 보고 있으면 징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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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님하......;ㅁ;

같은 기분. 평소에는 그렇게 펄훽트해 보이는 주제에 가끔 비치는 소년같은 순수함과 게드빠돌이;적 면모가 참 사랑스러운 거지. '으왕 게드는 나한테 만나러 오지도 말라 그러고 날 만나러 오지도 않고 진짜 보고싶어 죽겠네^*(%*&)(%&#$^'이러고 틈만 나면 징징거려요. 테나르 앞에서도 철없는 아들 모드로 장가가기 싫다고 떼쓴다. 이 둘의 대화는 이제 내 눈엔 이렇게 보임.

레반넨: 난 게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러니까 결혼 안 할래요 후렛후르 공주따위 흥칫핏.
테나르: 뭐임뫄 내남편이거든? 남의거에 눈독들이지 말고 철 좀 드세요 빨리 시집이나 가.

.......
나는 왕들은 선천적으로 게이 속성을 탑재하고 태어나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 결과를 원한다.
근데 정말 레반넨 너무 귀여워서 시집보내려니 새삼 내가슴이 찢어지는군.......

사족이지만 난 요즘 코드기어스의 스자크가 누구랑 닮았는지 깨달았다.

게드전기의 아렌.

...설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게드전기를 다시 보게 된다면 정말 스자크로 필터링하고 볼 듯.


월리 모에화가 대세라길래 나도 그려보았다....내 그림은 모에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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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데레의 미소, 그거슨★사랑에 빠지는 순간.

40세기의 잡스횽이 디자인한 것 같은 미라클한 외모를 가진, 지구 생명의 씨앗을 품은 태초 이래 두 번째의 이브. 월리도 그리고 싶지만 남잔 못그려요.....내 마음 속의 월리는 좀 너디하고 후줄그레하지만 눈이 예쁜 소년이지.

 매주 일요일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나의 길티 플레저 주말드라마 코기알투;ㅁ;

18화 보고 그렇게 욕을 ㅊ부었지만 19화는 좀 맘에 들었고 20화는 어........뭐.......그래?
19화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주로 로로 때문. 로로는 정말이지 r2에서 가장 일관성있고 성의있게 묘사된 주연급 캐릭터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단연 로로가 최강임. 나의 개념충만 걸레땅 로로를 보면 주인공 같아 보이는 애ㅅㄲ들은 그냥 갖다 버리고 싶죠....!? 샤리의 퇴장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쪽은 정말 노골적으로 특정 시점에 특정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느낌이 너무 강해서 좀....1기 때의 결말로도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계획성 없는 캐릭터 사용은 막장의 타이틀을 부릅니다. 그렇지만 뜬금없이 변심하고 뜬금없이 사라지는 무수한 말들 사이에서 로로만은 마지막까지 고고하게 빛났어. 루루가 마지막에 로로를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아닌, 를르슈 란페르지의 동생'이라고 인정하는 부분도 좋았다. 백 번에 한 번 정도는 를르슈가 마음에 들 때도 있음... 스자크는 뭐 이제 굳이 좋아하네 싫어하네 가타부타 말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다;;; 불쌍한 것. 왜 이런 데 나왔니.
그 외에 좀 좋았던 캐릭터는 브이츠. 근데 얘 죽을 때 전개도 킹 오브 막장이라 길게 이야기하기도 귀찮음.

나츠메 우인장

초반 몇 에피소드는 재미있게 봤는데 벌써부터 똑같은 패턴이 계속 답습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여서 한 쿨 짜리로 하길 잘했다 싶다. 패턴이 뭐냐면 요괴x인간의 가슴아픈 러브스토리인데 필연적으로 결말도 다 엇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처음의 참신함이 가시면 점차 식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듯. 개인적으로 미도리카와 유키 만화랑은 잘 안 맞아서 원작은 안 봤는데 앞으로도 굳이 챙겨보진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야옹선생만은 굉장한 모에캐. 성우부터 뻑갔음.
솔직히 나츠메라는 캐릭터에게는 별로 관심이 안 생기고 야옹선생x레이코가 좀 좋은데....
레이코가 많이 나온다면 원작 사볼 의향 있음.

왜 요즘은 이렇게 땡기는 애니가 없나...코기가 내 정신력을 쪽쪽 빨아먹어서 그런가?


놈놈놈 2회차 드디어 찍어씀...전 원래 빠심이 차고 넘쳐도 영화관에서 3회차 이상은 잘 안 찍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2회차가 진정한 맥시멈. 두 번 보는 걸로 영화에 대한 발견/재발견은 대부분 끝나요. 3회차는 말 그대로 흘러넘치는 빠심만으로 보는 거고. 그 이상은 솔직히 말해 재미가 없어서 못봅니다=_= n회차? 그게 뭔가영..

아무튼 다시 봐도 역시 뵨사마가 젤 이쁘고 우성횽이 젤 잘생겨씀. 맨츄리아 하이스쿨이 있다면 프롬퀸과 프롬킹은 분명 이 사람들일거야. 춤추는 두 사람은 아름답겠지.....(^ㅁ^)
다시보니 윤태구 정말 나쁜 놈이어서 저는 치를 떨었네요... 만길이는 태구만 부르짖으며 다 죽어가는데 이놈은 만길이 앞섭 뒤져서 지도만 찾고 있고. 다음씬에서는 누가 죽었냐는 듯이 낄낄대며 놀고 있어! 창이한테도 그러더니 그게 아주 그냥 일상 생활이었군? 야이 남자 가슴에서 하트 뺏어서 도망가는 이 나쁜 놈아..........너한테 없는 기억들이 평생 네놈을 쫒아올 줄 알아라ㅜㅜㅜㅜㅜㅜㅜㅜ과연 조선땅에 땅사고 가축사서 행복해지나 두고보자!

3회차까진 생각없었는데 어제 간 영화관 사운드가 정말 그지같아서 이걸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어서 씨너스 이수에서 귀를 정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원래 그 영화관에서 렛미인을 상영하길래 보러 갈려고 했는데 취소다! 이딴 사운드와 함께 공포영화를? 오 제발. 근데 그럼 렛미인은 어디로 보러 가지-_- 의정부시 어딘가에서 하던데 음.....

충무로영화제 체크해야지....

야구 너무 재밌네요 미일전ㅋㅋㅋㅋㅋㅋ너네 정말 '병신스러운'거 알지ㅋㅋㅋㅋㅋㅋ

코믹 안 갈려고 했다가 너무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지금 급튀어나갈까 말까 고민중.....
아 귀찮아 저녁때 약속도 있고....그냥 내일 가자...재고만 남아주세요 굽실굽실.

덧>오늘 EBS에서 11시 45분에 [헬로, 돌리] 합니다! 월리 특수로군요 이건:)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 보고 왔네요. 김지운 감독 대담도 있어서(<-몰랐음) 럭키☆ 영화는 재밌게 봤습니다. 일단 각본이 좀 예술이어서 허장강씨 풀 애드립을 포함한 버전의 대본을 손에 넣고 싶다!(라지만 그런거 없을듯ㅇ<-<) 각종 NG씬과 급조된 삽입씬들의 강렬한 포스에 몇번 쓰러지고....이 무심한 B급 포스도 그렇지만 개그가 너무 훌륭해서 반했어요.
허장강씨의 얼룩말코트와 새빨간 스카프 간지가 잊혀지지 않아.....남궁원씨의 금조끼와 레이스 셔츠도. 그런 걸 입고 내복 차림의 일본군에게 고문당함....이 만주벌판의 패셔니스타들;ㅁ;

영화 자체가 주옥같은 대사의 향연이지만 그 중 특히 활용도가 높아 보이는 것은

-멍텅구리 대장!
-집안 싸움하다 총맞아 죽으면 병신스럽잖아

.....사실 웃기는 대사들 너무 많은데 다 까먹고 뒷부분에 나온 이런 대사들만 기억남.
오는 길에 떡님이랑 '이 버스 노선 뭐야! 병신스럽군' '뭐, 신도림 행이라고? 멍텅구리 열차!' 이러고 놀았는데 남들이 보면 참......병신스러웠을듯.

KOPA는 멀어서 가기 귀찮지만 이번에 상영하는 다른 만주 웨스턴 영화들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예술의 전당에 있을 때가 좋았어....비록 시설은 더 옹색했지만;;

김모 감독은 집업후드에 캡에 컨버스화를 신고 매우 소년같은 자태로 등장해서 자신의 소년 취향을 아낌없이 피력하셨습니다. '느낌', '장면', '캐릭터'라는 단어를 몇 번 말했는 지 셀 수 없음. 영화계의 나스 *노코라고 불러버린다. 어쩌다 저에게도 마이크가 돌아와서 액션 씬 질문을 했는데 자기도 웨스턴풍 일대일 대결을 넣고 싶었지만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못했대요. 전 그건 달콤한 인생때 해봐서 지겨워서....뭐 이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구나. 그걸 하고 싶으셨쿠나..... 놈놈놈에서......음.....미묘...

그리고 김감독은 이 영화를 20분밖에 안 봤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처음이라고.

끝나고 싸인 받을까 했는데 요즘 급속히 아이돌化진행중인 김감독인지라 여고생 빠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무서워서 걍 나왔습니다. 흥 싸인따위 어차피 난 옛날에 받은 박찬욱 싸인도 어딨는지 몰라;;;

그나저나 저 원래 서부극 취향 아닌데 요즘 서부극밖에 안보는 거 같아요.....그래봤자 잡탕 서부극들이지만; 서부극에 대한 장르적 지식이 얕아서인지 섣불리 감상을 쓴다거나 하지도 못하겠고, 그냥 마쵸 남자들 구르는 거 보면서 혼자 낄낄대면서 노는게 좋은듯 그런듯.

어 원래 근황 포스팅이었는데 여기까지 적고 나니까 뭔가 다른 거 적으면 웃길 거 같다.
갑작스런 분위기 반전에 죄송하지만 이언 죽은 거 거짓말 같아요.
내 미남 씨름부장님이. 순정바보곰소년이. 그 착한 마초 냄새 나는 얼굴이 좋았죠.
최강칠우는 안봤지만, 이 일 때문에 어쨌든 보기 힘들어질 거 같네요.
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사람들이 죽는 걸까. 이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무신론자야(젠장).

많은 일이 일어난 듯 하면서도 막상 까보면 별로 하는 일은 없는 듯한 미묘한 근황.
벌써 20일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수강신청 좀 누가 대신 해 줬으면;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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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방이 운동하러 산에 갔다가 주워;온 새끼다람쥐. 그 전날에 밤새 폭우가 내렸는데 그 와중에 어미가 어디론가 사라졌나봐요. 눈도 못 뜨고 발가락도 채 안 떨어진 녀석을 며칠 동안 설탕물과 우유를 먹여 좀 다람쥐 꼴을 갖추게 만든 뒤에 놔줬습니다. 잘 지내겠지. 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전 너무 불안합니다. 제 눈 앞에서 죽을까 봐서요. 보이지 않으면 그냥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믿을 수 있잖아. 지극히 이기적인 마인드지만, 그래서 이제야 마음이 좀 놓여요. 평생 펫은 못 키울 위인 같으니...

2.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끝자락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달려가서 결국 당초 보려고 했던 레오네 영화는 다 봤네요. 문제는 이번 시네바캉스 때 5번 보면 한 번 공짜표가 나오는데 딱 다섯 번 봤다는 거....급귀향만 아니었어도 빌리 와일더 영화를 봐서 딱 채웠을 텐데, 하고 유감스러워했는데 저만 그런 상황에 있는 게 아니더군요=_= 매표소 앞에서 한 아저씨가 옛날옛적 미쿡에서 초대권 반값에 가져가라길래 넙죽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천원짜리가 별로 없어서 이처넌만 드렸음. 한 번만 찍으면 공짜표가 나오는 제 쿠폰도 아까워서 근처에 있다가 일행으로 온 듯한 여성 두 분께 드렸습니다. 이건 뭐 영화 품앗이인가....

'옛날 옛적 미국에서'와 '옛날 옛적 혁명기에', 혹은 '석양의 갱들', 혹은 '수그려, 멍청아', 혹은 '한 줌의 다이너마이트'(.....타이틀 정말이지....)를 봤는데 전자야 뭐 많이 봤으니 딱히 감상이랄 건 빅사이즈 제임스 우즈 하앍....뿐이고 석양의 갱들 정말 재밌게 봤어용. 제임스 코번 로드 스타이거 다 너무 좋아!! 마지막 회상씬에서 관객들이 다 벙찌는 게 막 소리로 들렸습니다. 전 혼자 우와 이거뭐야 으학 좋다...이러고. 숑숑숑쏭이 잊혀지지 않네요. 이번 여름에 본 영화들은 다 좋았던 것 같아요. 꼭 보고 싶은 것만 보러 간 까닭도 있겠고. 특히 레오네 전 상영작은 다 새로 뽑은 프린트라 그런지 필름 상태도 좋아서 만족. 할 하틀리는 뭘 볼까 고민하다가 '바보 헨리'딱 한 편만 봤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사이먼의 시가 읽고 싶었어요. 감독이 직접 담당한 스코어도 좋았고. 덕분에 후속편이랄 수 있는 페이 그린도 좀 땡깁니다. 목요일엔 아무래도 쇠사슬을 끊어라를 보러갈 거 같은데 이걸로 본의 아니게 놈놈놈의 백그라운드 마스터?

3.
엑파 극장판 봤어요. 이건 정말 팬워크를 보는 기분으로 보러 가셔야 해요. 가슴에 쉬퍼적인 마인드와 2화 연속 에피소드를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는 빠심을 삼천원...아니 칠천원과 함께 탑재해 가시면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상영회 정말 재밌었겠다....이걸 다 같이 보다니ㅜㅜㅜㅜㅜ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일과 사랑 모두를 손에 넣기 위해 분투하는 세기의 알파걸 데이나 스컬리의 칙릿 스토리...는 뻥이고요, 아니 뻥은 아닌가....우하하하하. 쿠키를 보면서 격뿜....
아만다 피트 이런 역에 정말 그림같이 잘 어울리네요;;;; 제2의 클레어 듀발이니. 로맨스보다는 총.

알테마님 뵈서 즐거웠어용. 책 잘 읽겠습니다:)

4.
고향은 좋았습니다. 가서 둘러보면 과거가 가깝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 반대로군요. 막상 그 곳에 서니 아아, 정말로 그것들은 먼 과거의 기억이구나...하는 걸 실감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더 이상 거기에 속해 있지 않으니까요. 유효기간이 다 된 짝사랑처럼, 안타까움 속에서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 걸음 떨어질 수 있는 대상이 있죠. 언제 또 그 곳에 가게 될까요. 분명 근시일 내는 아니겠지만, 당분간은 이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향에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친인척도 하나 없는 동네 어디에서 밤을 보낼까 하는 것이었다. 사심을 가득 품고 2년만에 고향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제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기네 집에서 자고 가랜다. 미안스러워서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너.' '아, 그래.' 변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하며 나는 염치도 없이 짐을 싸들고 새벽차를 타고 철모르는 제비처럼 남쪽으로 갔다.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누누히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는 마중을 나와 있었다. 뭘 사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동네 마트에서 복숭아와 음료수를 사서 짊어지고 친구네 집에 갔다. 아주머니는 반갑게 나를 맞더니 내가 사 간 음료수와 내가 사 간 복숭아와 생딸기 주스와 매실주와 고구마를 차례로 내놓았다. 오랜 시간을 차 속에서 보낸 몸이 갑자기 들어온 음식에 놀랐는지 드물게도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엄마가 이것저것 먹이니까 애가 배 아프다 아이가' 친구가 성질을 내자 아주머니도 성질을 냈다. '내가 뭘 먹였다고 그라노. 암것도 안 줬구만' 물질계를 부정하는 이 형이상학적인 대화는 배를 휘젓는 복통만큼이나 내 정신을 잠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8년만의 고향이었다.
돌아오는 날 아침에 나는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아침상을 받았다. 아침밥을 먹고 있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3만원을 척 내밀었다. '차비에 보태 쓰그라' 사양해도 소용없길래 그냥 놔두고 갈 양으로 고이 받아서 상 위에 놓아 두었다. '내 오늘 약속이 있어서 니 가는 거 몬 보겠다. 조심해서 잘 가고' 아주머니는 비몽사몽간에 있는 나에게 냉커피를 타서 안겨 주고는 부엌에 옥수수를 쪄 놨으니 꼭 먹으라고 당부했다. '또 온나'. 아주머니는 밖에 나서면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마치 5분 거리에 사는 딸 친구에게 내일 또 보자고 말하는 것 같은 투였다. 다섯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오면서 지갑을 보니 3만원이 더 들어 있었다. 이상하다. 신세를 지러 간 건 분명 난데 내가 사 간 음료수와 복숭아는 내가 다 먹고 용돈까지 받아 오다니. 아무리 계산을 번복해 봐도 이해가 안 가는 이 공식에 대해 서울 가시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보류했다. 도대체 고향 방문을 한 건지 남도맛집기행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자랑하는 뽈록한 아랫배를 만족스럽게 두드리며 나는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 집으로 왔다.


아래 정신줄 놓고 쓴 잡담은 모르는 척 갑자기 매너모드로 전환.

월리도 봤고 닭나도 봤고 놈놈놈을 한번 더 찍으려고 했는데 나가려고 할 때마다 자꾸 방해물이 텨나와서 보질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방해물은 학교 교문에서 마주친 오라방. 요즘 하도 극성스런 사람들이 교내에 많이 출몰해서 난 무시하고 지나갈 뻔했음...야 나 니 오빠다! 하길래 돌아보니 오라방이네요. 미안. 난 또 나에게 종교를 권유하려는 줄 알고. 그러길래 선글라스는 왜썼니. 그래서 밥 같이 먹어줬어요 젠장....닭나는 아이맥스로 조만간 한 번 더.

놈놈놈 칸 버전은 그냥 포기했어요. 디비디 사면 있겠지 뭐. 내용 설명을 하도 많이 들어서 대충 뭐가 다른지는 파악했음. 좋은놈이 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아졌겠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사실 따라한 거 맞잖아....정우성이 따라했다기보단 김감독이 따라한거지만. 나쁜놈이 김지운의 일백프로 오리지널이라면 좋은놈은 90퍼센트가 레오네 거지. 그래서 전 여전히 좋은놈 찬양을 잘 못하겠어욤.......명백한 원전이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좀 껄끄러운걸. 그런 점에서 보면 차라리 이것저것 한국적인 설정을 달고다니는 무삭제 버전 도원이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운동선수를 보는 건 좋아합니다. 모님 댁에서도 말했지만 운동선수의 몸은 진심을 담고 있는 것 같거든요. 여러가지 형태의 몸들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느낌이예요. 연습도 좌절도 모두 몸에 새겨지죠. 기만도 거짓도 없이.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은 싫지 않습니다. 근데 매일 금메달 따는 거 보면 너무 무서워. 미국이나 중국은 이미 우리랑은 차원이 다른 규모니까 상위권에 랭크되어도 그러려니 하지만 이 조막만한 나라에서 대체 메달을 몇 개나 따는 거야....물론 메달 딴 선수들 모두 너무 존경스럽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 땄다고 미안해하는 모습은 너무 슬픕니다. 아니 다들 무슨 한반도에 금메달을 빚지고 간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죽기 살기로 스포츠를 해야 하는 걸까. 메달의 종류와 갯수에, 혹은 한 경기나 한 선수의 승부에 지나치게 많이 집착하는 것은, '체력은 국력'과 완벽하게 반대되는 개념을 떠올리게 해요. 그렇게 확인하고 싶은 거지. 그렇게 보상받고 싶은 거지. 아예 메달 따위 없애 버리면 좋겠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건 순위 때문이 아니니까. 이건 스포츠가 아니라 차라리 전쟁이예요. 2등도 없고 무조건 이겨야 짱먹는 전쟁.

잠깐 여행 갑니다. 기차기차기차!


요즘 날씨가 참 스펙터클해서 내 정신줄도 너무 심하게 널뛰는 것 같숩미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기압이라서 커피먹고 별짓 다해봤는데 여전히 기분....구려.....괜시리 짜증남;; 기본적으로 블로그에서 칭얼대지 말자는 주의여서 닥치고 있긴 하는데 요즘 너무 이런 상태가 자주 찾아와서 음-_- 까칠한 사람 좋아하긴 하는데 까칠까칠한 포스팅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나도 까칠해져 버려서 정신 건강에 그렇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더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 블로그는 뷔지터-후렌들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염. 오덕오덕대는 주인을 보며 부디 유쾌하게 웃어주시죠. 닥터후 코드삼 디비디 발매일이 무려 한달이 지연되고 있는데 더빙 따서 넣는 거라도 되면 모르겠지만 무슨 놈의 자막을 한달동안 교정이라도 보고 있니? 노벨 문학자막상이라도 타려고 그러시나요? 이쯤 되면 더 이상 소닉 드라이버 가지고 용서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닌 거거든(아니 뭐 당첨되지도 않겠지만...). 타디스 합금 모형이라도 같이 배송되지 않는 한 이 짜증을 풀 수 없을 듯. 내 돈 누가 한달동안 떼어먹고 안 갚는 기분이다... 젠장 이럴거면 이자라도 내놔라! 이러고 빈곤한 소루는 오덕오덕 웁니다....자, 재밌죠?(.....)

렌즈 맞추러 안과에 갔는데 원장이 굉장히 호탕한 아주머니셔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비싼 거 잃어버리면 내가 더 스트레스야. 그냥 싼거 맞춰요' 이러고 별 의견도 안 묻고 내 앞에서 전화로 렌즈 주문 후 통보. '싼걸로 했는데 괜찮죠?'....네. 이건 예전에 간 이비인후과에서 '수술? 뭐 지금까지 병원도 안 찾아오고 산 걸 보면 안 해도 큰 지장  없을 거 같은데 집에 가서 잘 생각해보고 수술할 거면 전화해요'이러고 나를 진료실 밖으로 내쫒은 모 원장님을 떠올리게 하는 절약 포스...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싫지만 이런 사람들은 왠지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아 밉지 않더라. 의사면 인생이 빡빡해서 까칠해지기 쉬울 것 같은데 이 여유와 배포는 뭘깡....어쨌거나 사실 난 제일 싼 거 맞추러 간 거 맞고(....) 다른 의사인지 검안사인지 하는 아저씨가 놀러와서 내 시력 검사 중에 원장이랑 렌즈 이야기하고 주변 사람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음. 그 와중에 아저씨가 '**이는 잘 지내?'하고 원장에게 묻자 원장이 '**이, 개 너무 어려워. 애가 너무 욕심이 많아. 대학 때부터 그래서 내가 아주 질려 버렸다니까' 이런 대답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바람에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사소한 문제는 신경쓰지 않는 대인배스런 원장님과 질투 많고 욕심 많은 **이 두 여의학도의 젊은 대학시절이 머릿속에서 드라마를 그리고 지나갔음. 그리고 삼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는 여전히 무심한 원장님을 향한 애증의 감정을....이 아니고 죄송합니다, 망상녀라서.

오덕 포스팅 뜸한 게 사실 요즘 *챈에서 너무 많이 놀아서 그렇슴....ㄴㅁ판이 생긴 게 좀 내 인생에 크리티컬이었지. 요즘은 좀 덜한데 막 생길 무렵에는 좀 미쳤던 거 같음. 이제 적당히 하자. 나도 3d세계에서 먹고 살아야지;;; 마린보이가 덕후면 그건 심오한 취미지만 내가 덕후인 건 자랑이 아니거든. 덕후의 2대 조건이 돈과 시간인데 난 후자밖에 없지만 태환군은 바빠서 전자가 월등히 많을 것 같아요우. 역시 나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겠니...;ㅁ;

그냥 해보는 이번주 코기 감상(막말이 쏟아져나오니 섬세한 분은 주의;;):

충격과 실소다 그지 깽깽이들아(이건 더 이상 공포도 아님).
타니구치는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난 이걸 왜 봤지?
이 볍신들이 다같이 파멸하는 꼴을 보기 위해서라도 난 끝까지 봐야겠다(<-낚였군....)
가끔 생각하는 건데 헤*리아 건도 그렇고 일본 애니계 정말 ㅄ같음. 그냥 개념이 없음.
비천한 춍들따위 안중에도 두지 않았겠지만 그 이전에 원폭 피해자가 보면 뭐라 생각할까?
강건너...가 아니라 대한해협건너 불구경하는 내가 다 미안할라 그러네 슈ㅣ발
이런저런 함의를 떠나서 떠나서 이 애니의 퀄리티부터가 이미 너무 즈질임. 그 사태도, 그 사태의 원인도, 그 이후의 연출도 너무 뿜겨서 그냥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설마 시청자들이 이걸 보면서 강렬한 슬픔에 압도되어 할말을 잃길 바랐던 건 아니겠지 해오름아.
신속히 내 정신을 치유해야겠다. 나츠메 우인장이나 봐야지. 어차피 지하철에서의 시간때우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코기 따위를 실시간으로 달렸다는 사실은 지금도 심심찮게 육두문자와 함께 건시드+건시데를 실시간으로 달렸던 오욕의 역사를 회고하는 오덕들처럼 나의 흑역사가 되겠군. 필요 없는 추억을 떠안겨줘서 참 고마워요 무개념한 제작진들아^ㅁ^



언제였던가, 정물화에 관한 책이 번역되었는데 그 책에 나온 모든 정물화 도판에 붙은 제목이 '조용한 삶(Still life: '정물화')'이었다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출판사의 안위를 위해 지금쯤 개정판이 나왔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공식적인 실수에 비교하면 지식인의 'Ibid는 무슨 주석서이길래 이렇게 자주 나오나요?(Ibid:'같은 곳'이라는 뜻의 라틴어 축약형)' 같은 질문이나 'O.S.T라는 그룹은 거의 모든 영화 음악을 담당하나보네. 대단해~'하고 친구가 감탄하며 말했다는 일화는 차라리 깜찍한 수준 아닌가. 무지는 때로 이렇게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나 역시 본의 아닌 오역으로 점철된 책을 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종류의 멍청한 착각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사생대회 비슷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그림을 그렸는데, '주제는 자유예요'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아하, 주제가 freedom이로군!?'하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던 것이다. 그 누가 초딩 저학년더러 '자유, 평등, 박애'따위의 프랑스 혁명처럼 심오한 단어들을 12색 크레파스로 구현해 보라고 하겠냐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던 나는 인간의 자유를 형상화하기 위해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미켈란젤로마냥 분투했다....는 뻥이고 보통 애들이 그리는 단순한 형태의 산과 물과 인간들이 어우러진 그림을 자유랍시고 그려놓았다. 그려놓고 보니 그 상쾌한 색상의 배합 속에 다양한 포즈로 자연과 혼연일체된 인간의 형상은 흡사 이브가 금단의 사과를 베어 물기 전 모든 것이 완전했던 상태의 에덴 동산과 같았다....도 물론 뻥이고 어쨌거나 개발괴발 다 그려서 그림 뒷면에 [브레이브 하트] 감독이라도 된 것마냥 '주제:자유'하고 당당하게 써서 제출했는데 그 웃기는 그림이 입선해서 학교 복도에 걸리는 영예를 얻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내가 그림의 주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후 한참 동안 깨닫지 못했었는데 몇 년 후의 어느 날인가 멍하니 과거를 회고하다가 달마처럼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보통 이런 흑역사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기 마련인데 그 그림이 높으신(?) 분들의 '이상 무' 인증을 받아 복도 벽에 걸려 있던 광경을 생각하니 부끄럽다기보다는 우습고 재미있을 따름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잘못한 게 별로 없기도 해. 뭘 그리면 어때. 주제는 자유래며.


누나랑

결혼하자ㅜㅜㅜㅜㅜㅜㅜㅜ

아니 생각해 보니 안 되겠군 저 훌륭한 유전자를 내 열성 유전자로 감히 오염시킬 수 없다...
오늘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구나 박태환군 수고했어요!!! 왤케이쁘니ㅜㅜㅜㅜ
페이스메이커 헤켓 정말 ㄳ합니다...비꼬는 거 아니고 정말 고마움;; 헤켓도 좋아! 장린도 귀엽고.

KBS로 봤는데 아나운서들이 거의 정신줄을 놓더라. '태환아 힘내라!!!'가 뭐니...이건 중계도 아니고 응원입니카? 경기 후에도 흥분에 휩싸여 매운 고추가 맵다는 둥 허무개그 작렬...
생중계 땐 나도 정신줄 놓고 봐서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열라 뿜긴다.
수영을 아시아가 제패하는 걸 보니 육상도 어쩌면 곧!? 인류는 진화하는 중인 게 맞는 거 같지 말입니다; 이 와중에 또 울히 김슨생이 박슨생 미니홈피에 한마디 써야지? 하는 나도 답이 없음 ㄳ


덧> 잠시 후 추가
http://beijing2008.media.daum.net/news/breakingnews/view.html?cateid=1004&newsid=20080810125209695

....울 대인배 남매들은 좀스럽게 미니홈피에서 축하하고 뭐하고 그런 거 ㅇ벗다.



more..



어렸을 때 나는 WALL-E의 캐릭터 디자인의 베이스가 된 로봇 조니 파이브가 나오는 Short Circuit 시리즈의 2편을 엄청나게 좋아했다. 조니 파이브가 오스카에게 배신당해서 폐기 처분 직전이 된 몸을 이끌고 오일을 줄줄 흘리면서 가까스로 에너지를 충전해 친구인 벤에게로 터덜터덜 달려가는 클라이막스는 언제나 나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죽지 마! 조니 파이브! 결말을 알고 봐도 왜 그렇게 슬펐던 걸까. 모든 사람은 다 착하다고 믿었던 조니 파이브. '오스카는 착하지 않아'라고 중얼거릴 때의 그 풀죽은 목소리. 지금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프다. 아니, 로봇 주제에 뭐람. 몰랐으면 좋았을 걸, 그런 건.

픽션 속에선 이상하게도 인간도 아닌 것들이 휴머니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럼 차라리 인간도 아닌 것들끼리 싸우면 좀 마음이 편하련만 이런 이야기에선 꼭 인간들이 악역을 맡는다. 동물이랑 로봇의 비율이 특히 높은데, 이게 픽션이 그렇게 묘사해서 생긴 고정관념만은 아니더라. 언젠가 화성으로 간 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금방 고장이 날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스스로 진화해 가며 외로운 화성의 영상을 전송하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지식채널 e 동영상을 봤을 때, 그리고 1년만에 자기를 키워 준 두 남자를 만난 크리스티안이라는 이름의 사자가 그들을 잊지 않고 그 산만한 덩치로 사람에게 달려와선 안기고 부비적대는 영상이 녹화된 유튜브 동영상을 봤을 때, 나는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던 것이다. 스피릿이나 오퍼튜니티, 혹은 크리스티안이 이런 내 심정을 안다면 조낸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탓에 얘네들을 인간 관점으로 필터링하게 되는 건 내 컨트롤 밖의 일이다. 어린아이들처럼 때묻지 않은, 계산을 배제한 순수한 의지와 호의. 지나치게 똑똑해진 인간들이 그리워하는 것.

처음으로 킹콩이 죽는 걸 보고 울었을 때, 조니 파이브가 부서지는 걸 보고 울었을 때 나는 아직 어린 아이였다. 그 때의 슬픔은 그저 이야기를 보고 느끼는 슬픔이었다. 착한 주인공이 고난에 빠지는 부조리한 상황.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슬펐던 것이다. 험난한 세상 경험치가 좀 쌓이고 나니 이젠 그런 영화들을 보면 이야기가 슬픈 것도 슬픈 거지만 내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슬프다. 얼마나 세상이 팍팍하면 이렇게 종도 다른 것들이 우리 대신 고생해 주고 있나. 리얼리티를 위해 도리어 SF화되고 판타지화되고 타자화된 휴머니티. 오늘 별다방에 앉아 씨네 21을 펼쳤는데 한페이지짜리 아직 보지도 않은 WALL-E 프리뷰를 읽다가 갑자기 또 눈물이 핑 돌았다. 홀로 남아 지구를 청소하고 일과가 끝난 뒤엔 <헬로 돌리> 비디오를 보며 잠을 잘 땐 누군가의 손을 잡는 꿈을 꾸는 로봇 WALL-E. 뭐 이런 사랑스런 로봇이 다 있지! 커피를 빨면서 나는 빨대를 안구에 세팅한 것마냥 속으로 눈물을 질질 흘렸다. 비록 난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된장이지만 너네는 영원히 지하 200미터에서 뽑아낸 천연암반수처럼 투명한 물로 있어줄래. 우리의 순수를 너희에게 맡길게. 부탁해☆ 로봇들, 동물들, 외계인들, 기타 등등의 생명체들아. 젠장, 너희들은 영원히 모르길 바라지만, 인간 종으로 태어나서 어른이 된다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란다.


사만다랑 행복하게 살아라....내 평생 아이돌 결혼한단 소식듣고 이렇게 뿌듯하긴 처음.
사만다 아니면 누가 린지 앨 제대로 살게 해 줬겠음. 게다가 얼굴도 내 성정체성을 뒤흔들 정도로 잘생긴거다...미남-_-미녀 커플같으니;; 린지 요 복받은 기집애. 죽을 때까지 사랑하세욤.

페어런트 트랩과 프리키 프라이데이를 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 주근깨 소녀가 쑥쑥 자라서 온갖 깽판을 다 치고 다니더니 좋은 여자 하나 만나 갱생하고 결국 결혼 소리까지 나오다니 인생은 정말이지 예측불허ㅇ<-<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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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하이탑 운동화에 레드 말보로 간지의 사만다 뒷태도 넘 훌륭한거다..멋있는 녀자.

덧>솔로 녀자가 야밤에 홀로 린지사만다 커플샷 보고 있으면 여친이 급땡긴다는 게 최진실??^0^

Viola

날로 먹는 영문학 2008/08/0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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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타자는 바이올라 혹은 세자리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베아트리체라면 가장 절 타오르게 만드는 캐릭터는 역시 바이올라죠. 셰익스피어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희극 작품 중 하나일 십이야의 주인공입니다. 생활력 강하고 똑똑하고 예쁜 우리 바이올라. 올시노 공작 그  눈치도 없는 빙구같은 놈한테 주기가 아깝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다른 남장여자들에 비하면 시집을 잘 간 편(...)이라 그러려니 합니다. 사실 전 올시노 공작도 좋아해요:) 제 마음 속의 올시노-바이올라는 어쩐지 오란고교의 타마키-하루히. 대책 없는 로맨티스트라 한 번 망상에 빠지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바보 공작과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하고 차마 드러내진 못해도 공작님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훌륭한 시종 세자리오의 조합을 좋아합니다. 애초에 이란성 쌍둥이에 주종에 남장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저를 백 번 낚고도 남을 작품이지만.

출연작: 『십이야Twelfth Night or What You Will』

모에도: ★★★★

커플 완성도: ★★★★

좋아하는 바이올라: 이모젠 스터브(1996)
오히려 남장할 때가 더 미형인 이모젠 스터브....;;;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루시 역을 했을 땐 아예 못 알아봤습니다. 십이야 영상물 중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이기도.

좋아하는 대사:

ORSINO Thou dost speak masterly. My life upon 't, young though thou art, thine eye Hath stay'd upon some favor that it loves. Hath it not, boy?
네 말이 맞다. 내 장담하건대, 넌 나이도 젊으니 사랑하는 여자가 있겠지? 그렇지 않나?

VIOLA A little, by your favor.
조금은요.

ORSINO What kind of woman is't?
어떤 여자인가?

VIOLA Of your complexion.
공작님 같은 여자입니다.

ORSINO She is not worth thee, then. What years, i' faith?
별로 너에게 적당치 못한 여자 같구나. 나이는 어느 정도지?

VIOLA About your years, my lord.
공작님 연배 쯤 됩니다.

ORSINO Too old by heaven. Let still the woman take An elder than herself.
그건 너무 늙었구만.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법이지.


읽을 때마다 참 뿜기는 부분......^ㅁ^ 너네 집의 파랑새를 좀 봐줘 공작님하...

그 외에 바이올라의 대사도 아니고 문자로 보면 그렇게 엄청 감동적인 대사도 아니지만 바이올라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올시노 공작의 'Boy, you told me a thousand times you'd never love a woman as much as you love me.'라는 대사를 96년작 십이야에서 올시노가 뒤돌아 서 있는 바이올라에게 말했을 때는 너무 가슴이 떨려서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죠;;; 토비 스티븐스는 어쩌면 그리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올시노처럼 생겨먹었는지ㅜㅜㅜㅜ 이 영화에서는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열정적인 올리비아도 엄청 강렬해서 바이올라랑 올리비아가 같이 있으면 그야말로 백합같았습니다. 그것도 올리비아가 부치;;;; 헬레나 언니가 좀 최고.

네 매주 그리겠다고 한 거 뻥이었습니다...당분간 대충 그린 러프가 나와도 그러려니 해주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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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오우삼

출연
양조위: 주유
금성무: 제갈량
장첸: 손권
조미: 손상향
린즈링: 소교
조조: 장풍의

긴가민가하다가 손상향이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시점에 팍 든 생각. 응. 오우삼은 삼국지가 아니라 진삼국무쌍을 영화화했어야 했어.... 내 이미지 속의 적벽대전과 오우삼식 액션의 이 심각한 괴리라니; 나에게 적벽대전은 눈치작전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스펙터클이래 봐야 굴비 두름처럼 엮인 조조 선단이 불타는 부분 정도다. 사실 적벽대전은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 만큼 복잡한 전쟁이 아니다. 마음먹고 엑기스만 뽑아 만들면 영화 한 편에도 충분히 담을 수 있을 만한 분량이다. 그러나 오우삼은 이 전쟁 이야기를 거대한 동양의 반지의 제왕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삼'이라는 애국적(?) 욕심이 어떻게 이야기 고유의 미덕을 깎아먹는지 잘 보여주었다.

적벽대전이 서양st. 전쟁과 다른 이유는 이게 헬름 협곡 전투 내지는 펠렌노르 평원 전투처럼 대부대 두개 던져놓고 자, 이제 우리 싸운다! 해서 붙어 싸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제갈량-손권, 제갈량-주유, 제갈량+주유-조조 사이의 미묘한 감정 읽기로 점차 진전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무장들의 전투이기 이전에 모사들의 암투인 것이다. 오우삼은 이 암투의 대부분을 과감히 잘라버렸다. 초반의 조자룡과 관운장의 스펙터클한 액션이 지나간 뒤 유비가 쪽박 찬 절박한 상황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오로 건너온 제갈량은 별 설전 없이 눈빛(....)으로 손권을 설득한다. 한 술 더 떠 주유는 음악으로 설득한다. 그래, 오우삼은 남자 둘이 있으면 구구한 말 할 것 없이 총 아니면 눈빛 아니면 음악으로 마음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 고매한 간지를 미천한 아녀자가 어찌 이해하리오;ㅁ;

연환계 클라이막스는 2부로 넘기기 위해서 원전에는 없는 육지전-그것도 가장 퐌타지스러운 구궁팔괘진을 넣었는데 이건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전투와 전투 사이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막상 전투 장면에 와서도 대규모 전쟁씬이라기보다는 스파르탄 300명이 장렬하게 싸우는 느낌이 든다는 게 좀 그래.... 전투씬 촬영도 삼백같이 했더만 전체적인 색감까지 노르스름한 게 더 그렇다. 영화 제목이 적벽이라 그랬다고 하면 뭐 할 말은 없고; 삼백이라기보단 그냥 삼일지도 모르겠다. 싸움은 관우, 장비, 조운이 다 하니까. 근데 이래가지고 분위기상 다음 편에 무사히 고육계가 들어갈지가 좀 의문이..이 사람들 너무 정정당당히 싸워효;

이러니 저러니 하긴 해도 오우삼의 판타지가 작열하는 순간만큼은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미덕이 생겨난다. 문자 그대로 일당백인 촉의 장수들을 보면서 즐거워할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제갈량과 주유의 사랑우정은 음악을 타고☆도 그렇고. 이 영화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다른 삼국지 관련 작품을 볼 때도 그러듯이-삼국지연의의 팬워크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다;; 주유와 제갈량, 손권에다가 본편에서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 유관장 삼형제까지 화려하게 날뛰는 블록버스터이니 오吳빠와 촉빠라면 그저 달려가서 찬양해야 하는 것이다(근데 위빠는 가지 마세영....). 팬워크의 역할이라 함은 역시 원작에서 미약하게 감지되는 떡밥을 뻥튀기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집어넣어 팬들에게 망상거리 및 각종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되시겠다. 사실은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적벽대전은 좀 썰렁한 영화다. 특히 조조를 묘사하는 데 있어 쌍팔년도...도 아니고 당송시대쯤 되는 정통적 악당 해석을 따르고 있으며 제갈량과 주유에 이르면 오히려 원작의 모난 이미지를 조금씩 덜어내어 무난한 인물상을 구현하고 있다. 남자에겐 가차없어도 여자에겐 죽을 때까지 다정한 연인이셨던 우리의 조승상이 설마 여자를 데리고 히치콕의 현기증놀이를 하셨을 리 없으며(여자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건 더더욱 언빌리버블;;;) 우아하고 자존심 센 꽃미남 주도독이 군사훈련중에 갑자기 집에서 키우는 말이 새끼를 낳는단 소리를 듣고 휭 사라질 리도 없는 것이다. 난 소 받아봤으니까 내가 함 해보께영ㅇㅇ하고 주유네 집; 망아지 탄생을 돕는 제갈량이나 비둘기를 목욕시키고 손수 말리는 제갈량까지 가면 이젠 귀여워서 낄낄대고 웃을 따름이지만...그나저나 이 사람들 왤케 동물을 좋아하나여?

적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득을 본 인물은 손권이다. 대체로 유비-조조의 대립 구도 사이에 끼어 소외되는 일이 많은 인물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해석의 자유도가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자주 잊는 것 중 하나는 적벽대전이 주유, 제갈량, 유비의 전투이기 이전에 손권의 전투라는 사실이다. 손권은 자수성가한 유비와 조조와는 달리 '계승한 군주'이며 강동의 호랑이를 아비로, 소패왕을 형으로 둔 인물이다. 워낙 앞 사람들이 짧고 굵게 산 덕에 둘째로서의 컴플렉스가 없었을 리 없으며 주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재들은 자신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 아버지 혹은 형을 따라 온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임이 틀림없다. 장첸의 손권은 젊고 경험 없는 군주이다. 그는 난 인물이고 야망을 품고 있지만 아버지와 형과 가신들의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한다. 이미 쌓여진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적벽대전은 이 젊은 군주가 처음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하는 전투이다. 호랑이 사냥은 노골적인 통과의례로, 그 전후에 배치된 손권이 홀로 보검을 바라보는 장면, 전쟁을 결심한 후 문무백관 앞에서 책상 모서리를 가르는 장면과 함께 손권이 이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도 주인공스럽게 보이는 데에 기여한다. 왜, 삼백도 짐승 때려잡는 데부터 시작하지 않나(낄낄). 어린 왕자님은 어른이 되고...그러면서 전형적인 왕국 판타지가 펼쳐지는 거지.

사실 손권은 원래 그렇게 미남이라는 인상은 없지만 장첸의 그 얄쌍한 미모의 손권은 날카로운 눈 깊은 곳에 야심을 품은 설익은 군주의 모습을 너무 훌륭하게 구현해서 당분간 삼국지 땔감으로 난 장첸을 쓰기로 하겠다. 첫 등장 장면도 어찌나 뮤직비디오인지 제갈량이랑 눈을 마주치는데 시방 이것이 허니클의 다케모토가 말하던 사람이 한눈에 반하는 순간인가!?!?싶더란.....별 말 안 해도 나는 당신 속을 잘 알아요. 하는 느낌으로 둘이 마주보다가 어깨에 손을 턱 얹는데 아 나 또 이 인터뷰가 생각이 나서 '뭐니, 너네. 또 서로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을 잇지 못하겠니'하고 속으로 허리가 꺾어지도록 웃었던 것이었다....미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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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니 참 잘생기셨구려/장군도 잘생기셨습니다.

새신랑 양조위의 주유와 금성무의 제갈량에 대해서는 도리어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얘넨 정말 반지원정대의 아라곤-레골라스만큼 사이가 좋아서 나중에 새삼스럽게 '우리가 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운할 때 아니 그 생각을 이제 했냐....그리고 니네는 적 안 될 거 같아....이러고 궁시렁궁시렁. 너무 둘이 좋아해서 별로 그 쪽으로 불타오르질 못하겠더라.

오히려 좀 무네큥;한 건 손권이랑 손상향이던데. 좀 칙칙;한 미남오빠랑 발랄한 여동생의 투닥투닥거리는 밸런스가 너무 좋고 손권이 유비한테 시집보내려고 운 띄워서 손상향이 짜게 식어 나간 뒤 쟤 왜 저러냐고 의아해하는 손권 꼬라지를 보고 있으니 뭐임마 오빠가 좋아서 시집가기 싫어 그런 거잖아!!!!하는 나는 좀 많이 위험하다!? 장첸이 오빠면 나도 시집 안 갈래^ㅁ^ 손상향과 제갈량의 미묘한 공기에 대해서는 무서워서 생각하고 싶지 않음....사랑과 전쟁은 위나라로 족합니다;;;

그 외에 유비와 조조의 캐스팅은 맘에 들었는데 관우와 장비는 너무 스테레오타입이라 좀 재미가 없었다. 하긴 중국사에선 이미 신급;이 된 인물들이라 새삼 변화를 주기도 뭣했겠지만 그래도 좀 막동이같은 맛이 있는 장비랑 수염미중년(혹은 미청년) 관우같은 걸 보고 싶어연...내가 뭐 요코하마 마쓰테루 버전 유관장 삼형제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대춧빛얼굴 누에눈썹 봉황눈매 설정에 약간만 집착 덜 해달라는 것뿐인데;ㅁ; 뭘 숨기랴, 내 삼국지 덕질은 관운장으로부터 시작되었슈. 아무튼 짚신 삼는 유비가 그림처럼 잘 어울려서 참 좋았고 예쁜 옆나라 도독님이 일부러 만나러 왔는데 그 옆에서 울횽표 짚신이 최고야!!하는 장비도 귀엽고 역시 촉은 이렇게 화목하게 웍더글 덕더글하는 분위기가 매력이지!? 동네횽같은 조자룡도 좋더라. 다들 조자룡이 미청년이 아니라고 실망하던데 오히려 내 조자룡 이미지는 좀 저런 거라. 코에이가 사람들 눈높이를 너무 높여 놨엉...심심할때는 삼국지 실사판을 땡기자.

덧>유비가 아두를 어떻게 던질까 두근두근했는데 안 던지더라....이런거 기대해서 죄송.

덧2>초반에 관우조조대치씬에 오관육참 떡밥 좀 흘려 줘야 하지 않겠삼? 아니 내가 관우+조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거짓말☆) 나중에 화용도에서 마주쳤을 때 좀 뜬금없을까봐;


블로그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면 내 정신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음....
대략 좋지 않음. 근데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 그냥 가만히 찌그러져 있어야징...아 귀찮아; 감상글이나 쓰자...

ㄴㄴㄴ 칸 버전 보러 가야지. 다들 타오르고 있어서 나도 즐겁고 정간지 힙라인과 김게이감독이 개인소장중인 뵨사마 백누드 때문에 밥 먹다가도 혼자 뿜는 지경이지만(김ㄱㅇ 나랑 공유 점....) 사실 난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때문에 오리지널 ㄴㄴㄴ에 외로이 불타고 있다는 거. 모두가 빠삐놈을 부를 때 난 혼자 모리꼬네 영감님의 석양의 무법자 테마를 흥얼거리고 있었지!(물론 빠삐놈도 불렀음....ㅈㅅ) 김ㄱㅇ ㄴㄴㄴ책이야 쏟아져 나오겠지만 누가 레오네ㄴㄴㄴ 클린트 총수책 안 내주나. 무려 극중 나쁜놈이 금발의 수호천사라고 찍어서 말해주시는 우리 예쁜 블론디. 나는 골딜록스라고 부르고 있죵. 60년대 한국 동인지史가 순수문학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 분하고 눈물이 나는군 이 부녀자들이 웨스턴 전성시대에 탄생했으면 얼마나 햄볶았을까 쯧쯧.

아무튼 오랜만에 옛날옛적서부에서도 보고 너무 좋았음. 클라우디아 만세! 다는 못보겠지만 남은 옛날옛적 시리즈(혁명&미국)은 꼭 보러가야지. 지금 내 상태는 그야말로 세르지오 영감의 발닦개인데 어느 정도냐면 아무 생각없이 IMDB돌다가 어뜬놈의 '나 이탈리안인데 레오네 웨스턴 영화 넘 그지같애. 헨리 폰다 우웩'이라는 코멘트를 보고 빡돌아서 정말 진지하게 '이숑키야 ㅊ맞을래 세르지오랑 헨리는 존내 소중하거든!?!?!?'하고 답글을 달까 고민할 정도. 근데 나같은 빠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대신 내 심정을 대변해주길래 안 하기로 했다.....이탈리안이라고 명시한 게 특히 더 아니꼽군. 양키빠들보다 본토까를 더 존중해달라는거임?

적벽대전 보고 오긴 했는데 역시 시사회로 보든가 조조-_-로 보든가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조승상과 저는 인연이 닿지 않는군뇨;ㅁ; 영화는 걍 그랬는데 감상을 쓸까 말까 고민.

영화랑 상관 없는 그냥 삼국지 잡담.

여포는 참 아나킨같은 놈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여포를 미워하지 않았나봐. 미남에 졸라짱쎈데 그 능력치가 안타까울 정도로 빙구같고 같잖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소인배. 너랑 동탁은 정말 동방의 환커; 아나킨-시디어스다. 정원은 오비완인가. 그러고보면 여포초선도 뭔가 온달평강아나킨파드메같고 참 그래 후...=_= 삼국지 영화화라면 오우삼의 적벽대전 같은 것보다 이안감독이 여포초선 러브스토리나 하나 만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동탁->초선-><-여포 노선에 배드엔딩. 고우영식 해석에 따라 왕윤 작대기도 하나 그어주면 좋고. 색계가 울고 갈 설정이다.

은혼 온리는 생각보다 ㅎㅁ비율이 너무 높아서 안 갈 것 같고...
고우영 전시회 까먹지 말고 꼭 가야지. 엑파 상영회도 까먹지 말고.
엑파 상영회 혹 관심있는 분 모집. 같이가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