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킨아나킨아나킨아나킨입니다(그만!). 짧으니까 그냥 안 가려둘께요.


Crying Baby by 솔밤

아나킨은 소파에 앉은 채 또다시 우울의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 날의 악몽이 있은 뒤부터, 그는 계속 이런 정신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행복이 바로 코앞에 서 있는데도, 어두운 그림자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어서 다가갈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뭘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또다시 끊기지 않는 우울의 고리 속에 갖힌다.

"아나킨,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우울해만 하고 있으면, 내 태교에도 좋지 않다고"

"아, 파드메"

아나킨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샌가 곁에 파드메가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흰 손가락을 이제 제법 부풀어오른 태가 나는 배 위에 살풋 얹으며 걱정스런 눈길로 아나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는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아직 몰라요?"

어두운 생각을 애써 접어둔 후, 유쾌한 말투를 가장하며 아나킨이 물었다. 파드메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약간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뿌듯하게 미소지었다.

"응. 검사하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아서"

"왜요? 아는 게 좋잖아요. 준비도 맞춰서 하고, 이름도 짓고...."

"모르는 편이 예측할 수 없어서 재미있잖아. 도박하는 기분도 들고. 이름도 같이 여러가지 생각해놓으면 돼. 혹시 쌍둥이일지도 모르니까 스페어까지 포함해서 남녀 각각 3개 정도?"

전 나부 여왕에 현 은하계 상원의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장난스러운 어투. 이것은, 아나킨만이 아는 그녀의 일면이다. 그 적당주의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아나킨은, 어느 쪽인 게 더 좋겠어?"

"물론 여자애죠. 파드메를 닮은 예쁜 여자애"

씨익 웃으면서 아나킨은 당연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그리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파드메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파드메는? 어느 쪽이 더 좋아요?"

"나? 나도 날 닮은 여자애. 아니면 날 닮은 남자애"

전혀 고민의 기색 없이 대답한다.

"잠깐. 그거, 반칙이예요 파드메"

"반칙이라니, 뭐가 말이야?"

아나킨이 발끈했다.

"당연히 이런 맥락의 대화에서는 '아나킨을 닮은 남자애였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해야죠. 그게 신혼부부의 베이직한 룰인 거라구요!"

"하지만, 아나킨을 닮은 남자애가 생겨버리면 그건 너무 번잡스럽잖아"

'버....번잡!?"

아나킨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간다.

"그게 무슨 뜻이예요, 대체?"

파드메는 우아한 얼굴에서 장난기를 거두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아나킨처럼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있으면, 정작 아나킨에게 신경을 많이 쓸 수 없게 되는걸"

소년 아나킨을 두근거리게 했던 옛날의 그 미소.

어째서, 이 사람은 나 같은 걸 선택해 준 걸까. 내가 줄 수 있는 건 불행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행복함, 미안함,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울컥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와 눈가를 시리게 만든다.

"....그것도, 반칙이예요"

겨우,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하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파드메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팔이 목을 감싸안는다.

"봐, 애니. 하나가 우는 것 만으로도 난 이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따뜻하다, 그녀의 품은.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영원히 이 상태로 굳어서 화석이라도 되어 버리고 싶다. 아무런 불행도 우리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싶다. 이 온기, 이 온기를-

"-둘이 한꺼번에 울거나 하면, 난 슬퍼서 죽어 버릴지도 몰라"

-아아, 지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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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제가 써 놓고 또 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ㅜㅜ어떻게 해요, 젠장. 울지마 애기야!!! 누나가 있다!!(...누가 누나냐, 누가)

어쨌거나 파드메의 바람 덕인지 루크와 레이아는 아나킨을 닮지 않았네요(푸핫). 부모의 좋은 점만 닮은 것 같아요. 루크의 순진함과 레이아의 화끈함은 아빠를 닮았고, 루크의 바른 생활 정신과 레이아의 통찰력은 엄마를 닮았죠.

여하튼 자식농사 하나는 퍼펙트합니다. 아무런 비극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오손도손 행복하게...(아아아아아아아아아)

by 솔밤 | 2005-10-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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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궁상마녀 at 2005-10-04 14:02 x
우후후, 귀엽군요, 신혼부부♥ 에피소드 3에서의 아나킨은 전쟁을 거치고 political idol 노릇도 꽤 했으니 누가 뭐래도 겉으로 보기엔 그럭저럭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날지도 모르는 데 유독 파드메랑 붙어있으면 언제나 달라붙고 칭얼거리기 좋아하는 애기같다니깐요.

Commented by lukesky at 2005-10-04 16:36 x
역시 여왕님, 마스터에게 "아나킨 다루는 법"이라는 책이라도 전달해주어야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AMAGIN at 2005-10-04 21:47 x
오오오오...보기 좋은 부부로군요. 알콩달콩하니. 파드메가 누나처럼 대해주는 것도 아름답고..(훌쩍) 저대로 주욱, 곱게 시간이 흘러줬다면...정말 좋았을텐데요.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5-10-04 22:24 x
알콩달콩한 느낌이 정말 화목한 신혼부부같아서 너무 좋아요. 파드메가 낭군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군요. 으하하~ 그래서 레아는 엄마성격을 닮아도 루크는 아빠성격을 않닮았아봐요.
Commented by 곤도르의딸 at 2005-10-05 00:12 x
아아, 지키고 싶은데.
으아아악... @#$%@!!! 상황은 해피인데 아나킨은 고민은 가슴 찢어지게시리 앵스트입니다. 게다가 파드메는 왜 이리 감동적인 소리만...... 꼬박꼬박 존대말 하는 애니도 너무 사랑스러운데, 저 마지막 소망의 묘한 어투가 심금을 울리는군요. 에효...T-T
Commented by 솔밤 at 2005-10-05 09:40 x
궁상마녀//전 애네 둘을 붙여놓으면 아무리 출중한 재자가인들일지언정 바퀴벌레 한쌍 수준으로밖에 생각되지가 않아요. 파드메조차도orz... 폴리티컬 아이돌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데 영화 보고 친구랑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사실 아나킨은 카운슬 멤버들의 아이돌격인 존재로 나름대로 모두에게 귀여움받고 있었는데 카운슬 멤버들이 초등학교 남학생마냥 사랑을 왜곡해서 표현하는 바람에 아나킨이 다구리당하는 걸로 착각하고 닭사이드로 빠졌다고...제다이들은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루크스카이//좋은 생각인데요! 그 책자는 마스터에게만 줄 게 아니라 대량으로 제작해서 코루선트 상공에서 뿌리는 것이 더...(삐라냐...).

아마긴//정말 이상적이죠ㅜㅜ 저렇게 시간이 흘러갔다면 정말...으으으 생각만 해도 막 러브러브 빠와...에피 3에서 파드메가 저렇게 어른스러웠으면 했어요. 룩하스가 제 기대를 배반했죠(흥!).
Commented by 솔밤 at 2005-10-05 09:53 x
사과주스//그러고보니 대체 루크 성격의 기본 포맷은 어디서 나온 건지...삼촌 부부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어요. 레이아도 베일을 닮은 것 같아요. 루크가 아버님 얼굴이라도 닮았음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건 이미 루크가 아니죠(웃음). 아마 헤이든이 루크를 연기했으면 레이아와 금단의 사랑에 빠져서 한과 삼각의 치정극을 이루다가(한->레이아인지 한->루크인지는 묻지마세요) 한의 손에 암살당한다거나...(먼산).

곤도르의딸//하핫.. 제가 꿈꾸던 시츄에이쑌- 그것은 아나킨의 존댓말!! 이것이 연상연하 커플의 진정한 묘미가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전 아나킨 나오는 팬픽만 쓰면(두개밖에 안썼지만) 다 앵스트삘이 나요. 사실 아나킨이 앵스트에서 가장 아름답긴 하죠(크하학ㅜㅜ). 그래도 가끔 샤방샤방한(?) 개그도 써서 좀 마음 편하고 싶은데 써지지 않아요. 으아.
Commented by 당근 at 2005-10-05 18:07 x
안녕하세요? 버엉- 하고 읽었어요. 너무 좋아서 막 눈물나요. ㅠㅠ 저대로만 갔으면 정말 얼마나 좋았겠어요! OTL 자식농사 하난 끝내주게 잘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Commented by Dark at 2005-10-06 13:44 x
낳기는 재들(?)이 낳았지만, 사실 키우기는 베일의원님과 아나킨이복형이(이름이 생각이 안난다..이런..) 키웠죠..
사실 보면, 양부모들이 애들을 얼마나 잘 키워났는지..
물론 천성적인 성격이야 버릴수 없겠지만은..그걸 곧고 바른길로 인도한건..역시 양부모들이라고 생각해요..

쨌든.. 이거 너무 좋잖아요..
요새는 정말 파드메가 좋아져버려서.. (막 에피3 보고난후엔 그리도 실망스럽더니..)
슬프면서 이쁩니다.
Commented by 솔밤 at 2005-10-06 16:14 x
당근//어서오세요~ 우와 좋게 읽어주셨다니 너무 기뻐요. 행복한 스카이워커 패밀리는 망상 속에서나 만들어 봐야죠ㅜㅜ 망할 놈의 루카스....(진심)

Dark//재들이 안 키워서 저렇게 잘 컸는지도(....) 아나킨 이복형님 이름은 오웬 라스였죠^^ 애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는데 정말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셨나봅니다ㅜㅜ(좀 어벙하기도 하셨겠죠;)

아아 저도 파드메가 너무 좋답니다. 그래서 아나킨 데리고 다른 커플링을 망상하는 게 힘들 정도예요. 에피3에서 루카스가 망쳐 놔서 그렇지, 파드메는 정말 레이아의 계보를 잇는(시간상으로는 반대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