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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주연: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
엘 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


어...이 영화, 정확하게는 이 영화가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와 함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미국에 개봉할 즈음 티비 예고편을 보고 한 마리의 아스트랄로피테쿠스-_-가 된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군요. 특히 아름다웠던 장면이 뭐냐면 우리의 사랑스런 체리 달링♪이 군시설 옥상에서 다리총을 쏘며 공중을 날아가는 그, 그거.... 보고 싶었지만 동네에서 꽤 빨리 내려버려서 같이 보러가자던 친구(저에게 [뜨거운 녀석들]을 보여 줬던 훌륭한 친구님)와 함께 땅을 치고 후회했죠. 미국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죠. 그래서 한국 가서 봐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거의 반년만에 꿈☆을 이루었습니다-ㅁ-

사실 시사회를 다녀 와서 감상문을 쓰기로 되어 있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아니 이걸 보고 뭘 쓰라구;;;'같은 기분이 되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이미 주변에 몇 번이고 한 말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진지하게 분석을 한다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한 줄짜리 감상문을 써야 했다면 'F**king Funny!!!!'라고 썼을 겁니다. 레이가 사랑해 마지않던 체리의 섹시한 f용어를 떠올리면서 말이죵:D

감독이 의도적으로 B급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엔 로드리게즈 감독은 예전부터 너무 훌륭한 B급 센스를 자랑해 왔지요. 크크크. 초반의 가짜 예고편에서 선보이는 캐간지 총격전부터가 이미 엘 마리아치 시리즈에서 점차 진화했던-_-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초능력;(이미 인간의 능력이 아니므로....이것은 히어로물이었따!! 신시티가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업그레이드 해놓은 것 같더군요;;; 더러워진 필름 효과와 중간의 '필름 소실'은 단순히 과거의 후진 동시상영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더티;하고 칙칙한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두 남녀주인공의 불타오르는 사랑을 좀 더 화끈하고 감칠맛나게 표현하는 등 작품 내적으로도 의미 있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동시상영관에서 끼워팔기로 상영하기엔 인간적으로 너무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B급 정서의 산물이지만 B급은 아닙니다. 별로 B급이란 단어를 비하하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누가 봐도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이말입니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좀비 영화이고, 다른 좀비 영화들의 플롯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좀비들을 피해 계속 도망다니다가 죽을 위기도 몇 번 넘기고 동료를 잃는 아픔도 겪고 뭐 그런 거지요.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좀비 영화 같지가 않아!!?!?!? 라고 저만 느끼는 거 아니죠?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좀비 영화의 주인공이 관객들의 손쉬운 이입을 위해 민간인스런 캐릭터로 설정되는 데 반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적으로 너무 비범하다 못해 괴짜스럽기까지 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로 극대화된 좀비영화의 클리셰들과 훌륭한 유머 센스가 자꾸 관객들의 정신줄을 놓게 할락 말락 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뭘 해도 끝까지 갑니다. 사랑도 세상 끝까지 가는데요 뭐. 그래서 잔인함의 강도는 꽤 높습니다만, 상황이 다 너무 개그스러워서 체감 강도는 그렇게 쎄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콜렉팅;된 *알들이든, 녹아 내리는 **든,(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이 부분에서는 역시나 타란티노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 주셨....), 뇌가 뜯어먹힌 머리통이든, 이 영화의 모든 잔인한 장면들은 너무 오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혀 무섭거나 트라우마틱하지 않습니다. 여기 나오는 피와 고름 다 합쳐 봤자 전 [데어 윌 비 블러드]오프닝에 나오는 미친 음악+캘리포니아 민둥산의 조합이 백만배 더 무섭습니다;ㅁ;

이렇게 마구잡이로 덜컹덜컹 굴러가는 듯 보이는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조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꽉 차 있습니다:) 전직 고고 댄서인 체리 달링은 다리가 한 쪽 날라간 지경에 이르러도 웬만한 남자보다도 거침없고 터프해서 그 다리에 총을 달고 나자 거의 지구 최강;이 되는 아가씨이고, 엘 레이는 전형적인 멜로 남자주인공의 닭살과 함께 주윤발급 간지를 동시에 탑재한 캐사기 청년입니다(이 둘의 로맨스는 가히 타이타닉의 그것을 가볍게 상회하는 데가 있습니다; 눼, 살아 남은 여자는 3배 강한 법이죠). 제이티와 보안관은 언뜻 보기에 세상사에 닳고 닳은 시니컬한 중년 남자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애달픈 형재애와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에 나오는 노인이 한 수 접고 들어갈 만한 장인 정신+직업정신이 있습니다(뭐...뭥미?;;). 어딘가 타란티노적인 비주얼과 설정을 소유한 다코타는 사이코같은 남편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고 하는 정열적인 레즈비언입니다(아 그니까 암만 봐도 체리에 대한 이 사람의 애정은....사랑;;;;).

마지막까지 뿜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희망이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석양을 향해 뛰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이 괴작....그러나 개그는 뿜기고 로맨스는 제 취향이니 어쩌겠어요. 걍 좋아해야지;;;

마지막으로, 배우의 발견 프레디 로드리게즈. 식스 핏 언더에서는 귀여웠고, 어글리 베티에서도 귀여웠던 것 같고(몇 화 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연으로 잠시 나온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는 별로 안 귀여웠지만, 여기서는 새롭게도, 섹시합니다. 단신의 라티노에게서 흘러넘치는 페로몬을 맛보시라능... 미니 바이크를 타는 모습도 초큐트>_<

결론은 재미있다는 것. 살이 변형되고 녹아내리고 피가 튀는 것 정도를 견딜 수 있다면 팝콘과 함께 ㅊ웃으면서 보면 유쾌한 경험이 될 겁니다. 참, 시사회 가니까 팝콘+콜라를 무료로 주더군요. 영화의 컨셉에 부합하는 센스 좋은 준비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