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곳에서 귀를 기울이면 머리에서 울리는 삐-하는 소리와 자기 몸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들어 보았으나 아직 후자는 들어 본 바 없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어두운 밤에 잠을 청하려고 한쪽 귀를 베개에 대고 누르고 있으면 자꾸 쿵-쾅, 쿵-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신화적 상상력이 나름 풍부했던 시절인지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누워 있는 그곳 바로 아래의 깊고 깊은 지하 어딘가에서 거인이 홀로 망치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를 위협하려는 걸까. 아니면 거기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걸까. 나온 뒤에는 어떻게 할까. 나에게 오지 않을까? 어린아이는 꿈과 현실의 중간지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 거인을 두려워하고 궁금해했다. 그 소리가 내 심장 소리라는 걸 깨닫게 된 건 더 이상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후였다. 나는 어렸을 때 귀와 코에 문제가 많아서 언제나 이비인후과를 제 집 드나들 듯 했는데 아마도 귀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심장이 뛸 때마다 귓속을 조금씩 울렸던 모양이다. 벽이나 베개에 귀를 댔을 때는 그 소리가 물질을 통해서도 전이되어서 더 크게 들렸던 거겠지. 신화와 거인의 시대는 과학과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렇게 스러졌는데 아직도 나는 그 이래로 내 심장 속에 외로운 거인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