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러니까 제목 뭐 좀 있어보이네;; 근데 그냥 실없이 적는 글입니다:D
[판의 미로]의 이야기 구조는 별로 치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하죠. 비달 대위와 게릴라들에게는 입체성이 거의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인이고 게릴라들과 메르세데스는 착한 쪽이예요. 캐릭터 설정 뿐만 아니라 전개 방식도 그렇습니다. 게릴라들은 창고의 자물쇠를 부숴 놓는 센스를 잊어서 메르세데스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죠. 오필리아는 타당한 이유 없이 두번째 임무에서 금기를 범합니다. 이들이 행동함으로써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가끔 생각 없는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입니다.
오필리아의 환상들은 사실 굉장히 동화적인 클리셰에 충실합니다. 착하고 예쁘지만 불행한 소녀에게 세 개의 문제가 주어집니다. 모든 관문을 통과하면 요정 나라의 공주가 되어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죠. 그녀에게 임무를 맡기는 것은 유럽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선악을 판별하기 힘든 장난꾸러기 요정-즉 판이고요. 세번째 과제 수행에서 주인공은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되죠. 이 모든 요소들은 지극히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합니다.
복잡한 현실의 이야기가 단순하고 알기 쉽게 흘러가는 것은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가 위와 같은 동화의 서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이야기의 본질은 동화입니다. 그 빡센 정서와 신체 훼손 정도(;;;)는 18금을 넘나들지만 스토리텔링만큼은 유치원생도 알아먹기 쉽게 흘러가고 있어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뚜렷합니다. 그것은 분명 현실의 비극 이야기이고, 중간에 간간이 끼어드는 판타지는 그 썰을 술술 풀어내는 데에 이용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비달이 아무리 납득 안 갈 정도의 악인이라도, 게릴라들이 전혀 게릴라 답지 않은(;) 허술함으로 위기를 자초해도, 그것이 어설프고 유치하게 여겨지지 않는 겁니다. 그런 방식으로 말하겠다고 영화가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비달의 시계와 그의 아들에 대한 집착을 통해 부계 혈통의 잔인성을 고찰해본다거나, 똑같은 종류의 피해자이면서도 대조적으로 대처한 두 여인 메르세데스와 카르멘을 비교해 본다거나, 자연의 여러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 목신 판의 상징성에 대해 논해 본다거나, 하다못해 이 영화의 판타지가 오필리아의 환상이냐 아니냐, 오필리아는 그래서 결국 공주가 된 거냐 아니냐를 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떡밥(...)들은 역시 부수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필리아가 요정 나라의 공주가 되었다고 믿으면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 되나요? 결국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비극을 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말이죠, 공주가 된 오필리아를 보여준 뒤 다시 피 흘리는 지상의 오필리아에게로 돌아오는 비정함을 보여주는 이 동화가 춤 추는 거 좀 좋아한다고 해서 여자애의 발목을 잘라 버리는 [빨간 구두]같은 것보다는 좀 덜 찝찝할지언정, 어린 왕자가 뱀에게 물려 죽으면서 주인공에게 '죽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내 별로 돌아가는 거니까 슬퍼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생떽쥐베리의 동화보다는 훨씬 더 우울한 것 같지 않나요?;
[판의 미로]의 이야기 구조는 별로 치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하죠. 비달 대위와 게릴라들에게는 입체성이 거의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인이고 게릴라들과 메르세데스는 착한 쪽이예요. 캐릭터 설정 뿐만 아니라 전개 방식도 그렇습니다. 게릴라들은 창고의 자물쇠를 부숴 놓는 센스를 잊어서 메르세데스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죠. 오필리아는 타당한 이유 없이 두번째 임무에서 금기를 범합니다. 이들이 행동함으로써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가끔 생각 없는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입니다.
오필리아의 환상들은 사실 굉장히 동화적인 클리셰에 충실합니다. 착하고 예쁘지만 불행한 소녀에게 세 개의 문제가 주어집니다. 모든 관문을 통과하면 요정 나라의 공주가 되어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죠. 그녀에게 임무를 맡기는 것은 유럽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선악을 판별하기 힘든 장난꾸러기 요정-즉 판이고요. 세번째 과제 수행에서 주인공은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되죠. 이 모든 요소들은 지극히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합니다.
복잡한 현실의 이야기가 단순하고 알기 쉽게 흘러가는 것은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가 위와 같은 동화의 서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이야기의 본질은 동화입니다. 그 빡센 정서와 신체 훼손 정도(;;;)는 18금을 넘나들지만 스토리텔링만큼은 유치원생도 알아먹기 쉽게 흘러가고 있어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뚜렷합니다. 그것은 분명 현실의 비극 이야기이고, 중간에 간간이 끼어드는 판타지는 그 썰을 술술 풀어내는 데에 이용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비달이 아무리 납득 안 갈 정도의 악인이라도, 게릴라들이 전혀 게릴라 답지 않은(;) 허술함으로 위기를 자초해도, 그것이 어설프고 유치하게 여겨지지 않는 겁니다. 그런 방식으로 말하겠다고 영화가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비달의 시계와 그의 아들에 대한 집착을 통해 부계 혈통의 잔인성을 고찰해본다거나, 똑같은 종류의 피해자이면서도 대조적으로 대처한 두 여인 메르세데스와 카르멘을 비교해 본다거나, 자연의 여러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 목신 판의 상징성에 대해 논해 본다거나, 하다못해 이 영화의 판타지가 오필리아의 환상이냐 아니냐, 오필리아는 그래서 결국 공주가 된 거냐 아니냐를 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떡밥(...)들은 역시 부수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필리아가 요정 나라의 공주가 되었다고 믿으면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 되나요? 결국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비극을 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말이죠, 공주가 된 오필리아를 보여준 뒤 다시 피 흘리는 지상의 오필리아에게로 돌아오는 비정함을 보여주는 이 동화가 춤 추는 거 좀 좋아한다고 해서 여자애의 발목을 잘라 버리는 [빨간 구두]같은 것보다는 좀 덜 찝찝할지언정, 어린 왕자가 뱀에게 물려 죽으면서 주인공에게 '죽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내 별로 돌아가는 거니까 슬퍼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생떽쥐베리의 동화보다는 훨씬 더 우울한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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