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칙스(2004)]라는 영화가 있다. 웨이언스 삼형제가 만든 코미디 영화로, 골든 라즈베리 상 후보에 오르는 해프닝도 겪었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심심할 때 적당히 화장실 개그를 즐기고 잊어버리기에 과히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흑인 남자 형사 둘이 골빈 금발(;)자매로 분장하고 상류층의 날라리 소녀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잠입해 활약하는 설정으로 사람을 웃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소녀들이 비욘세 풍의 댄스를 추며 배틀(...)을 벌이고 있을 때 주인공 두 사람이 자기 파가 밀리는 걸 보고 스테이지에 뛰어들어 도저히 여자에겐 불가능할 듯한(;;;) 격렬한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여 좌중을 압도하는 장면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 영화라 잘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 이 외에도 웬 백만장자 남자가 주인공 형사 중 한 사람에게 반하는 장면도 나오고, 다른 주인공은 강제로 친구를 그 백만장자와 데이트하게 만들고는 그 틈에 백만장자 집에 숨어들어가 그게 자기 집인 척 하고 여자를 꼬신다. 마지막엔 물론 격렬한 총격전 속에 배후의 사건이 종결되고, 사랑도 얻고, 임무수행 중 친구로 지냈던 아가씨들과 여자들만의(?) 우정을 다지며 경쾌하게 마무리.

....별로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이 영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냐면,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는 위에 열거된 모든 것들이 이미 45년 전에 훨씬 세련되고, 참신하며, 재미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금 봐도 [화이트 칙스]보다 훨씬 나은 코미디다. 게다가 마릴린까지 나온다! 이 영화를 사랑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ㅜㅜ

흔히들 백치미라는 말을 쓰지만 마릴린 먼로쯤 되야 그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백치가 미를 갖는 게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먼로 언니 가슴이 너무 훈늉해서 보는 내내 성 정체성의 위기를 겪을 지경이었다. 키스신에서 정작 입술은 안 보고 언니 가슴만 열라 신경쓰였다. 크흑ㅜㅜㅜ 부럽다 토니 커티스. 느꼈단 말인가, 그 백만 불짜리 가슴을;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너무도 완벽하게 전달해주는 마지막 대사 '완벽한 사람은 없지'. 근데 정작 이 영화 자체는 너무 완벽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 같기도... 오즈굿이 마지막 대사를 칠 때 경악인지 환호인지 알 수 없는 관객들의 격렬한 반응이 쏟아져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빌리 와일더 특별전 원츄. 아님 마릴린 먼로 특별전이라도 해쥬셈.....헉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