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배우는 배우이며 가수는 가수이고 작가는 작가이다. 그들의 작품 활동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특정한 성향이 거슬릴 수는 있겠지만(아, 작가는 이게 상당히 두드러지는 편이므로 특정인의 글에 대한 애정은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꽤 일치하는 편이다), 그 외의 사항은 솔직히 말해 관심밖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배우라 할지라도 그의 연애사, 가족구성, 나이, 생일, 신체 사이즈, 종교- 이런 것들을 모두 확실하게 꿰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특히 결혼하고 싶다거나 사귀고 싶다거나, 더 나아가 실제로 만나고 싶어하는 욕구도 상당히 약하다. 내 기준에서의 빠순질은 연애질이 아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혹은 노래하는) 그를 사랑하는 것. 오직 '연기자로서의 그' 외에는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궁극의 빠순질이 아닐런가 하고 히죽거렸던 나날이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어쩌면 난 이런 빈약한 종류의 애정밖에는 구비하고 있지 않은 인간인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요즘 블로그 등지에서 유행하는 심리 테스트를 심심풀이로 대충 해 보았다. 주관식이었는데, 내가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는 답이 나왔다. 얼마 전에 친구 집에 놀러가서 디비디를 틀고 츳코미를 넣으며 놀았을 때였다. 뮤지컬 파리의 노트르담을 보고, 사운드 호라이즌의 엘리시온을 보고, 마지막으로 프린세스 츄츄를 봤는데, '뮤토는 세상의 약한 것들을 모두 사랑한다'라는 대사가 나왔다. 나와 친구는 '찌질이뮤토에겐루우가아깝다/화키아만세!'파였기 때문에 난 이 시점에서 '아 쟨 저래서 안 된다니까.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애가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하겠어?'하고 이죽거려주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나는? 그 중에 진짜 죽도록 사랑하는 게 있었던가? 모르겠다. 근데 뮤토 녀석은 루우를 발견했지. 부러운 녀석. 뭐,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가엾게 느껴진 건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이런 인생을 꽤 좋아하고 있으니까. 권교정의 모 만화에 나오는 대사를 잠깐 빌리자면 '내 인생에 드라마 따위 없어도 좋아'랄까. 그래도 역시, 내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어떤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부럽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 역시 절실하게 그것을 원하게 될지도, 그리고 결국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무한 증식하는 문어발을 휘두르는 것을 즐기도록 하겠어.

덧>그 사람 머리에 뭐가 들었건 간에 난 김옥빈이 예뻐서 좋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왜 이런 글이 써졌지?-_- 아니 아무튼 김옥빈 예쁘다고... 여고괴담 4는 필히 봐야겠다. 차예련에 김옥빈!

덧2>된장녀라는 단어가 불쾌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그 납득 안가는 요상한 작명의 유래 뒷편에 '된장=똥'이라는 은유가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거다. 저 단어를 만든 사람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건 '똥 같은 여자'가 아닐까. 아니 물론 난 된장국 꽤 좋아하지만...